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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교과서’ 풀어야 할 세가지 숙제 … 예산 44억, 교육감 협조, 사학계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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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17년부터 국정으로 바뀌는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편찬·발행 비용은 모두 정부가 부담한다. 교육부 김관복 기획조정실장은 “국정 교과서(올바른 교과서) 집필과 심의에는 인건비 등 명목으로 약 44억원이 필요하다. 국정으로 결정 난 만큼 국회의 협조를 얻어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13일 말했다. 검정체제에선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 집필 등에 드는 돈을 부담했다. 정부는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았다.

야당 “조직·예산 협력 않을 것”
일부 교육감 “대안교과서 개발”
연세대 사학과 “국정 제작 불참”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교과서 관련 예산과 조직 사항은 어떤 경우에도 협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개발을 맡기기로 한 국사편찬위원회의 조직과 예산 역시 원점에서 재설계하겠다. 국사편찬위가 예정 중인 집필진·검정위원 선정도 청문회 수준으로 검증하는 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교과서가 전국 중·고교에 보급되는 과정에서 시·도교육감이나 전교조 등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은 오는 15일 협의회를 열고 국정교과서 대응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도교육감 중 경북·울산교육감 등을 제외한 상당수가 ‘국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면 교육청 차원의 인정교과서를 개발하고 이 교과서를 배울 수 있는 선택 교과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장 교육감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전북교육청도 “대안교과서나 보조교재를 만들 것”이라며 동조 입장을 밝혔다.

 현행 교과서 규정에 따르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 교육감이 인정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인정교과서가 국정교과서를 대체할 수는 없게 돼 있다. 교육부 이강국 교과서정책과장은 “법령에선 인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에 갈음해 선정·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보조 교재라도 내용 등이 편향적이라면 교육부가 지도감독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수한 역사학자를 집필진으로 확보하는 것도 난제다. 교육부는 12일 “공모와 초빙을 병행해 실력 있는 학자를 집필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역사학계에선 그간 “국정화 반대” 의견이 다수였다. 연세대 사학과는 13일 소속 교수 13명 전원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 제작 불참” 의사를 발표했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정부의 국정화 발표에 우리 입장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제의가 오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국정교과서 제작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학과 하일식 교수는 “정부·여당의 국정화 강행은 학문과 교육적 안목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조치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이지상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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