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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 모란봉 vs 여신 드레스 청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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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리는 모란봉악단과 신예 ‘걸그룹’ 청봉악단이 평양에서 연일 미모 대결을 펼치고 있다.

북한판 소녀시대와 신예의 대결
모란봉악단 공연은 류윈산 관람
청봉 공연엔 근로자·청년 관객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지난 10일)을 맞아 오는 16일까지 매일 오후 9시 이들의 축하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서 ‘악단 정치’를 하고 있다. 모란봉악단은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청봉악단은 문화예술의전당 인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시해 결성했다는 점만 같을 뿐 무대 매너와 음악 스타일이 판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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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매력의 북한 ‘걸그룹’ 모란봉악단(왼쪽)과 청봉악단. 미니스커트 차림과 화려한 율동이 특징인 모란봉악단과 달리 지난 7월 결성된 청봉악단은 드레스 차림과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두 악단 모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각별히 챙긴다. 이들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10일)을 맞아 16일까지 연일 무대에 오른다. 청봉악단의 이번 공연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데뷔 무대다. [AP=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① 달라도 너무 다른 걸그룹=모란봉악단이 2012년 봄에 만들어진 반면 청봉악단은 지난 7월 결성됐다. 청봉악단의 경우 지난 8월 러시아에서 첫 무대에 선 뒤 북한 주민 앞에선 처음으로 데뷔했다. 북한 매체에 실린 사진을 보면 청봉악단은 아이보리색과 검은색 시폰 소재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쇄골 선까지만 드러내고 발목까지 덮는 ‘그리스 여신 스타일’로 복장을 통일하되, 멤버별로 반짝이 장식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개성을 살렸다.

반면 모란봉악단은 군복 스타일의 흰색 미니스커트 차림에 짙은 화장, 화려한 율동을 선보였다. 모란봉악단은 화려함, 청봉악단은 우아함으로 청중을 끌고 있다.

 ② 누가 더 센 관객?=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가장 중량감 있는 외빈은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다. 북한은 류 위원을 지난 12일 저녁 류경정주영체육관으로 초청해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케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청봉악단보다 모란봉악단의 공연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청봉악단은 평양 문화예술의전당 인민극장에서 근로자들과 청년층을 상대로 공연 중이다. 서강대 정영철(북한학) 교수는 “모란봉악단이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 청봉악단은 우리의 ‘7080’ 스타일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③ 모란봉은 체제 선전, 청봉은 우상화 초점=모란봉악단은 ‘당을 따릅니다’ ‘가리라 백두산으로’와 같은,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노동당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들을 주로 선보였다.

반면 청봉악단이 북한 데뷔 무대에 올린 노래는 ‘친근한 우리 원수님’과 같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대한 찬양곡이 많다. 청봉악단은 ‘러시아 처녀 노래 연곡’ 등도 소화했다.

 모리 도모오미(森類臣)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코리아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지난 13일 서울 숭실대에서 열린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서 “두 악단은 존재 자체가 김정은 위원장이 대내외에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라며 “예전보다 개방적이고 자율성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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