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변호사' 이선균, 그가 달라졌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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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40)이 달라졌다. 여유가 생기고, 농담이 늘었다.

영화 '끝까지 간다' 이후 1년 반만에 신작 '성난 변호사'로 돌아왔다. 전작 '끝까지 간다'가 성적(누적 관객수 345만 305명)도 좋았고,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상까지 휩쓸어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끝까지 간다'와 소재부터 캐릭터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게 없는데도 비교 분석 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선균에게 불안함이나 조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끝까지 간다' 이후 준비하던 차기작이 모두 연기되면서 뜻 하지 않게 갖게 된 휴식기가 그를 여유롭게 만들었다. "작품이 꼬이면서 안식년을 갖게 됐어요. 이렇게 촬영을 안 하고 쉰 게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쉬면서 저한테 부족한 게 뭔지도 생각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나이도 있고, 그런 생각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마음은 여유롭지만 작품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하다. 동문(한국예술종합학교)인 동갑내기 허종호 감독이 소중하게 기회를 얻어 완성한 두 번째 장편 영화이기 때문. "졸업하고 허종호 감독이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영화 감독으로 산다는 게 참 힘들거든요. 입봉하기도 힘들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건 더 어렵고요. 이번에 '성난 변호사'가 잘 되서 계속 좋은 작품을 하는 기회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주연배우로서 '성난 변호사'는 어떻게 봤나.
"어느 작품이나 마찬가지지만 아쉬움도 있고 만족스러운 점도 있다. 허종호 감독과 촬영하면서 대중성·오락성으로 접근하자고 했다. 코믹 요소를 더한 것에 대해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연령층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편하고 쉽게 (위장 살인) 이야기를 담았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만들지, 18세 이상 관람가로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다. 15세로 정하고 작품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생 조카가 영화를 보고 재밌다고 하더라. 그런 젊은 친구들이 재밌게 봤다는 건 고무적인 것 같다."

-법정신에서 어려운 법률 용어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다.

"법률 용어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법률 용어를 외우는 것 보다는 법정신에서 내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줘야한다는 게 어려웠다. 배심원을 내 편을 만들어야하고, 내 말에 경청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위해 평소 존경하는 목사님 설교 동영상과 쇼호스트 최유라씨의 방송을 챙겨봤다. 말씀을 잘하시는 분들을 보니깐 대화를 하면서 밀당을 하더라. 혼자 떠드는 게 아니라 청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대화를 하더라. 그걸 참고하고 감독과 조율해서 법정신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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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과의 호흡은 어땠나.
"고은이는 학교 후배다. 따로 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작품 활동하는 걸 보면서 자랑스러운 후배라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친해졌다. 솔직히 이번 영화에서 여주인공 분량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캐스팅이 힘들었다. 고은이가 선택해줘서 고마웠고 덕분에 계획한 시기에 작품이 들어갈 수 있었다. 욕심을 더 낼 수 있었을텐데 영화를 위해 고은이가 양보한 게 많다. 그래서 고맙다."

-허종호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대학 동문이고, 후배이긴 한데 동갑이라 편하게 작업했다.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정하는 과정에서 대화도 잘 됐다. 허종호 감독의 전작 '카운트다운'은 너무 어두웠다. 학교 땐 경쾌한 것 위주로 했고, 홍상수 감독님과 같은 예술 영화가 유행할 때도 철저히 상업주의 영화를 표방했던 감독인데 전혀 다른 영화를 했더라. '카운트다운'은 허종호 같지 않았다. 이번엔 허종호 감독 스타일의 영화다. 이번 영화가 잘 돼야한다. 이번에 두 번째 연출작이다. 졸업한지가 언제인데 이제 두 번째다. 이번에 잘 돼야 또 좋은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영화감독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입봉하기도 힘들고, 작품을 계속 이어서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영화 시장이 결과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잘 되서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아내 전혜진이 출연한 '사도'와 스크린 경쟁 중이다.
"질감이 다른 영화라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괜찮을 것 같았다.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도 했다. 무게감이 다른 영화라 관객들이 두 영화 모두 보고 즐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사도'는 500만 넘었으면 많이 본 거 아니냐. '사도'를 본 분들이 이제 '성난 변호사'를 보시면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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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끝까지 간다'와 계속 비교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영화다. '끝까지 간다'는 연속된 상황에서 캐릭터가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성난 변호사'는 이미 캐릭터(설정)가 잡힌 상태에서 다양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끝까지 간다'와 '성난 변호사'의 공통점은 내가 출연한다는 것 말곤 없는데 자꾸 두 작품이 비교되고, 홍보할 때도 묶어서 해서 민망하다. '끝까지 간다' 팀에 형이 별 볼일 없어서 이렇게 우려먹는다며 미안하다고 했다.(웃음)"

-전작을 넘어서야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완전히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예전보단 여유가 생겼다. '끝까지 간다' 이후 하기로 했던 작품이 꼬여서 딜레이가 됐다. 본의 아니게 안식년을 갖게 됐다. 촬영을 안 하고 쉰 게 10년 만에 처음이다. 처음엔 일을 하던 생활 리듬이 깨져서 적응이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에 쉬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부족했던 게 뭔지도 생각해봤다.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일이 그렇게 꼬였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생각을 5도만 틀면 전혀 다르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이번에 그랬다. 갑자기 뭔가 탁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쉬는 동안 게을러지는 게 싫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소속사 사무실도 나가면서도 바쁘게 지냈다.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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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로 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최우수 연기상도 받았다. 수상 후 달라진 건 없나.
"상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는 데 상이 중요한 건 아니다. 이번엔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을 받으면서 많은 걸 느꼈다는 게 더 의미가 있었다. 영화에 대한 책임감도 더 생겼다. 한 번도 우등생이 되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 그런 내게 상을 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또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앞으로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고, 또 노력한다고 해서 우등생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우등생이 되려는 마음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가 주위의 노력과 도움으로 상을 받았는데 이렇게 된 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70점을 받던 학생이었다면 90점이 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성난 변호사'의 목표 스코어는.
"BEP(손익분기점)는 넘겨야되지 않을까.(웃음) 팀워크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결과도 좋았으면 좋겠다. 감독을 위해서라도 잘 돼야하고, 또 나 역시 조진웅 없으면 안 된다는 소리를 안 들으려면 잘 돼야한다.하하하하,"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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