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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TPP 대항마 RCEP 10차 협상 오늘 부산에서 시작… 협상 가속화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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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로 ‘메가FTA(자유무역협정)’ 시대의 서막이 열린 가운데 또 다른 거대 다자(多者)경제공동체가 출범을 향한 잰걸음을 내딛는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다. TPP 타결 직후 12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10차 RCEP 협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이끈 TPP 체결에 대항해 중국이 자국 주도의 RCEP 체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TPP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 역시 RCEP를 활용해 TPP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은 10차 협상 주최국으로서 협상 진전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동아시아FTA추진기획단장은 “지난 8월 RCEP 참여국들이 상품 1차 양허한 모델리티(협상지침)에 합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회의에서 실제 여러 품목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진다”며 “이번 협상이 RCEP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16일까지 부산에서 16개국 700여 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10차 RCEP 협상이 열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메가FTA 협상이다. RCEP은 아세안(ASEAN) 10개국에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유명희 단장을 수석 대표로 산업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다.

RCEP가 체결되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TPP에 이어 세계 2위의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역내 무역규모는 오히려 RCEP가 10조6000억 달러로 TPP(9조4000억원)보다 더 크다. RCEP가 TPP의 ‘대항마’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세계 1,2위 인구를 보유한 중국과 인도가 참여했고 아세안 시장의 잠재가치도 커 향후 성장 가능성은 RCEP가 더 클 수 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TPP 참여국의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2%지만 RCEP 참여국의 성장률은 이보다 훨씬높은 7.1%다.

다만 현재까지 RCEP 협상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1차 양허안 수준은 합의했지만 관세 자율화를 둘러싸고 국가간 견해차가 크다. 참가국은 연말까지 협상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TPP가 타결되며 상황이 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의 예상보다 TPP가 더 빨리 타결됐다”며 “중국으로서는 역내 경제 패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RCEP 타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TPP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RCEP가 속도를 내면 한국에게는 TPP 공백을 당분간 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당장은 RCEP 가입이 한국에게 이득이라는 견해도 있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부 교수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에게 RCEP가 더 의미있을 수 있다” 며 “특히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는 “결국에는 TPP에 가입해야겠지만 당장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참여한 RCEP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은 전략일 수 있다”며 “개발도상국이 많이 참여한 RCEP는 개방의 정도가 TPP보다 낮아 일본에 시장을 여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의 RCEP 참여가 TPP 참가와 유사한 경제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한국이 RCEP 참가로 10년간 GDP가 1.21~1.7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TPP 참여에 따른 경제성장률 상승(10년간 1.7~1.8%)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반면 RCEP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RCEP는 상당히 추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중화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TPP가입 여부와 별도로 RCEP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계획이다. 정승일 산업부 FTA정책관은 “RCEP가 지금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10차 협상부터 실질적인 의견 교환이 시작되는 만큼 협상 진전을 위해 국익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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