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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하는 오빠 뒤 왔다 갔다 숨었다 … 못 말리는 김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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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제1위원장의 연설 중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분주한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북한의 ‘파워 레이디’임을 공개 과시했다.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다.

2시간 32분간 펼쳐진 열병식
김정은 허리 아픈 듯 단상 짚어
기마부대 첫 등장, 칼같이 줄 맞춰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생중계된 행사에서 주석단에 등장한 김여정은 김 제1위원장이 연설할 때 돌발행동을 했다. 연설 중인 오빠 뒤로 갑자기 지나가는가 하면 노동당 깃발 옆에 섰다가 깃발 뒤로 숨기를 반복했다. ‘최고 존엄’ 김정은의 연설 중 이런 행동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숙청감이다.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은 졸다가 숙청됐다.

 당 부부장급이 주석단에 오른 자체가 파격적이다. 주석단에서의 위치는 북한 내 서열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여정이 행사 중 분주하게 움직인 것은 열병식에 많이 관여했다는 방증”이라며 “북한에서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는 건 김여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왼쪽엔 중국 권력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김기남 선전담당 비서가 섰다. 김기남은 서열보다 류윈산을 상대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섰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분석했다. 류윈산을 맞아야 할 강석주 국제담당 비서는 열병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강 비서에 대해선 최근 간암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으론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건재를 과시했고 최용해·최태복 당 비서가 그 옆에 섰다. 큰 서열 변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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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 행렬의 선두는 항일 빨치산 부대 군복을 갖춰 입은 기마부대였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의 육성연설은 25분 정도 이어졌다. 올 1월 신년사를 할 때는 프롬프터 또는 스크린을 보고 읽듯 정면을 응시했지만 이날 연설에선 하얀 종이를 단상에 놓고 읽었다. 중간중간 발음이 꼬이는 등 실수도 했다. 또 쉰 목소리에 연설하는 내내 두 손으로 단상을 짚었다. 허리나 관절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모습이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김정은이 족근관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했다. 발목 안쪽 복숭아뼈 아래를 지나는 신경이 눌려 생기는 질환이다.

 김정은의 연설 직후 김일성광장에서 시작된 인민군 열병식의 선두는 항일 빨치산 부대 군복을 갖춰 입은 기마병이었다. 북한 당 창건 기념행사에 기마부대가 등장한 건 처음이다. 말도 사전에 훈련받은 듯 열을 정확히 맞춰 행진했다.

 열병식은 오전 평양에 비가 내리며 오후 2시58분에 시작돼 오후 5시30분에 끝났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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