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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화해 촉구 집회장 … 터키 테러 128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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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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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터키 수도 앙카라 기차역 광장의 자살 폭탄 테러 현장에서 시민들이 현수막을 이용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 이날 테러로 128명이 숨지고 250여 명이 다쳤다. [앙카라 AP=뉴시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자 폭 테러가 발생해 최소 128명이 숨지고 250여 명이 다쳤다. 10일(현지시간) 오전 10시쯤 앙카라 기차역 광장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한 남성이 광장에 가방을 내려놓고 줄을 당기자 폭발이 일어났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자폭 테러범 2명은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이번 테러를 ‘터키판 9·11 테러’라고 보도했다.

 인명 피해가 컸던 건 이곳에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는 쿠르드족 정당인 인민민주당(HDP) 등이 터키 정부와 쿠르드노동자당(PKK) 간 유혈 충돌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 시위를 위해 모여 있었다. 터키 정부와 분리 독립을 원하는 PKK의 충돌로 지난 30년간 4만5000여 명이 숨졌다.

 누가 테러를 저질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는 “(극단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PKK, (극좌단체) 혁명민족해방전선(DHKP-C) 등 3대 테러조직 중 하나가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테러는 터키의 통합·연대·형제애·미래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IS는 시리아 등에서 쿠르드 민병대에 패해 쿠르드족에 앙심을 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 용의선상에 거론된다. IS는 지난 6월 디야르바키르, 7월 수루크에서 잇따라 테러를 자행한 전과도 있다. 소너 카가프타이 워싱턴 중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PKK와 터키 정부가 계속 대립하길 원하는 세력의 소행”이라며 “IS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말했다. IS로서는 터키 정부와 쿠르드족(터키 인구의 18%)이 대립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이라크·시리아에서 자신들과 교전하는 쿠르드족의 전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방인 터키가 미군에 공군 비행장을 제공하며 IS 격퇴를 위해 경찰까지 투입하자 IS가 테러를 저질렀다는 해석도 있다.

 급진파인 PKK가 온건파인 HDP를 공격했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능성은 낮게 본다. 테러가 다음달 1일 조기 총선을 위한 에르도안 정권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현 정권이 터키 내 친정부 세력의 표심을 결집해 집권 정의개발당(AKP)에 유리하게 만들려 했다는 분석이다. 에르도안 정부는 최근 이라크 북부에서 IS 대신 PKK 거점을 공격했다. 그러나 다음달 15~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대규모 테러를 저지를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HDP 공동 대표는 “강력한 정보망을 가진 국가(터키)가 테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지 못했다면 국민이 정부의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 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비난하며 터키 정부를 도와 테러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11일 이스탄불과 앙카라에 1단계 여행경보인 남색경보(여행 유의)를 발령했다. 외교부 는 “이스탄불과 앙카라에 머물고 있거나 여행 계획이 있는 우리 국민은 신변 안전에 주의해 달라”고 했다. 터키 내 시리아 및 이라크 접경지역 등 에는 3단계 적색경보(여행 취소)가 발령돼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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