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수에 등장한 사람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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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호 20면

‘Between Red-187’(2013), Oil on Linen, 334x745cm

군 복무시절 초소에서 야간투시경으로 들여다 본 초록빛 세상을 붉은 물감으로 표현해온 ‘붉은 산수’의 작가 이세현(48)이 변신을 시도했다.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 바다와 하늘, 위와 아래, 밤과 낮, 상상과 현실이 혼재된 그의 작품 속 풍경은 여전하다. 안온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벼락이 치고 폭탄이 터지며 연기가 치솟는 격동적인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속에 사람들이 등장했다. 작가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현재의 모습, 가족, 예수님과 안중근과 데이비드 베컴, 어린 시절의 푸친과 히틀러의 모습이 섞여 있다. 작가는 “사건이 사건을 덮고 진실을 가리는 우리 사회야말로 허망한 개꿈과 같다”며 “그래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11호짜리 세필을 이용해 로즈레드와 크림슨의 두 가지 유화 물감만으로 그려내는 세상은 아름다운 듯 허망하다. 월요일 휴관. 성인 5000원.


글 정형모 기자, 사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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