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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3년째 한 얘기 하고 또 하고 … ‘헛바퀴 국감’ 242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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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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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이하 농해수위) 국정감사.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은 “전국이 청정농업지역이 될 수 있도록 농어촌공사가 수질 개선에 앞장서달라”고 요구했다. 안 의원이 말한 농업용수 수질 개선 문제는 19대 국회는 물론 18대 (2008~2012년)까지 포함해 8년 내내 의원들이 농해수위에서 시정을 요구해온 단골 국감 메뉴다.

의원은 점검 않고 기관은 시정 않고
“이래서 국감 무용론 나오는 것”
올해 피감기관 708곳 역대 최다
교문위 하루 25곳 불러 7곳 질문 0
의사진행발언만 120분, 답변 81분

 8일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국회 시정요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 첫해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의원들이 반복해서 피감기관에 요구한 ‘중복 지적사항’이 24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사항 중복 건수가 가장 많은 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35건·이하 복지위)였다. 다음이 산업통상자원위(31건·이하 산자위), 국토교통위(27건·이하 국토위), 정무위(26건), 농해수위(23건), 외교통일위(21건), 환경노동위(20건) 등이었다.

 국감모니터단 분석 결과 복지위에선 ▶환자의 비용 부담 요인이 되고 있는 선택진료제도 개선책 ▶고액 자산가가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면제받는 등의 악용 사례 개선책 ▶국민연금공단이 관리하는 개인정보의 사이버 테러 대책 등이 19대 국회 들어 매년 반복 지적됐다. 산자위에선 ▶산하 기관 임직원 비리의 솜방망이 처벌 ▶석유공사 재정건전성 대책 등이, 국토위에선 ▶영구임대주택 부적격 입주자 근절 방안 ▶김포공항 국제선 운항 증대 방안 등이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도마에 올랐다.

 국감모니터단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국감에서 숙제를 내준 국회의원은 끝까지 점검하지 않고, 피감기관은 국감 기간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안일하게 나오니까 늘 지적되는 문제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시정 요구를 피감기관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국회의 사후 점검도 철저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모니터단 요원은 “의원들이 국감장에 나와 매년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는 것 아니냐”며 “피감기관은 아무리 말해도 시정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2~2014년 3년간 되풀이된 중복 지적사항 242건 가운데 올해 국감에서도 다시 지적된 건수는 8일 현재까지 62건으로 파악됐다. 62건의 이슈가 4년째 국감 메뉴로 올라오고 있다는 뜻이다. 국감모니터단은 “일부 상임위의 모니터링 보고서가 아직 덜 취합됐다”며 “최종적으론 100건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실 국감 낳은 무더기 피감기관 선정=올해 피감기관 숫자는 역대 최다인 708곳이다. 중복 감사까지 포함하면 총 845개 기관이 국감을 받았다. 국회 상임위 1곳은 하루 평균 5.8개 기관을 들여다봤다.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25개 기관을 한꺼번에 부른 교문위 국감은 ‘부실·맹탕 국감의 축소판’ 격이었다”고 말했다. 모니터단 분석 결과 이날 오전 10시13분부터 오후 7시39분까지 진행된 국감에 자리를 지킨 피감기관장은 25명이었다. 이 중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등 7개 기관장이 한 번도 질문을 받지 못했다. 한국문화정보원 김소연 원장은 “빅데이터 분석은 통계정보부에서 하고 있다”며 3초간 답변한 게 전부였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11초, 정현욱 명동정동극장 극장장은 35초 동안 답변했다. 국감모니터단 분석 결과 이날 25개 피감기관 중 답변 시간이 10분 미만인 곳이 23곳이었다.

 이날 피감기관의 총 답변 시간은 1시간21분이었다. 반면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에 들어간 시간은 2시간4분이었다. 의사진행발언은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고 운영할지 절차와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만 대개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으로 정치공방을 벌이기 일쑤다. 그런 시간이 피감기관장들의 답변 시간보다 두 배 가까이 길었다.

 국민대 홍성걸(행정정책학부) 교수는 “3주간의 국감 기간(9월 10~23일, 10월 1~8일) 동안 700곳이 넘는 기관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김형구·위문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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