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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률시장 포화 … 해외에서 먹거리 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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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광장 대표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를 개척해 나갈 때 동반자로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국내 법률시장이 호황과 불황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법무법인 광장은 매출액과 변호사 수 양 측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김재훈(59) 법무법인 광장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장의 비결은 송무·지적재산권(IP)·기업 인수합병(M&A) 등 각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원스톱 법률 서비스, 운영위원회라는 집단지도체제, 구성원 간 상호 신뢰 등 세 가지”라고 소개했다.

위기의 로펌 <4> 대형 로펌 대표 릴레이 인터뷰
선거로 뽑힌 광장 김재훈 대표

 김 대표는 우선 “내년부터 전개되는 법률시장 완전 개방과 변호사 수임 여건의 악화 등에 따라 로펌업계가 체감하는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그동안 축적해 온 내실을 바탕으로 글로벌 로펌과 협조와 경쟁을 병행하며 국내 기업이 해외 무대에서 벌이는 ‘아웃바운드(outbound) 소송’ 유치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세계 1, 2위의 초대형 로펌 등이 앞다퉈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역발상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내년부터 외국과 국내 로펌 간 합작법인 설립이 가능해지지만 우리 로펌이 외국 로펌과 합작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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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계 로펌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아웃바운드 소송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는.

 “국내 법률 시장은 포화 상태다. 아웃바운드로 나가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국내 로펌의 아웃바운드 소송 참여는 국내 대기업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현지 로펌이 하지 못하는 걸 한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의 팩트(사실)를 정리한 뒤 한국적 관점을 녹여서 미국 법정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2011년 미국 버지니아주(州) 법원은 화학 기업인 듀폰사가 코오롱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코오롱 측에 1조원대 배상 판결을 했다. 미국계 로펌 폴 헤이스팅스가 코오롱을 대리했으나 패소한 것이다. 그 직후 광장이 추가 투입돼 한국 상황과 두 기업 제품의 차이점 등을 제시하며 대응했다. 4년간의 재판은 지난 4월 코오롱이 민사 합의금과 벌금 등 총 3800억원을 내기로 합의하면서 끝났다. 이런 사건에서 미국 로펌이 가져가는 법률비용은 통상 1000만~5000만 달러(약 110억~570억여원)가량이다. 기업이 교훈으로 삼기엔 너무 큰 비용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이 미국·일본 등에서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일본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은 2012년 포스코를 상대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미국 법원에 냈다. 지난주 300억 엔(3000억여원)을 주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 현재 아웃바운드 소송 분야의 상황은.

 “M&A, 프로젝트 파이낸스(PF), 국제중재 등 업무 영역에 따라 글로벌 로펌과 협조하거나 경쟁하고 있다. 국제 분쟁의 경우 대개 외국 로펌에 맡기는데 한국 로펌들이 입지를 확대해가고 있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2009년 따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립 등 PF 분야는 외국계 로펌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중재는 경쟁이 치열하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이 함포 제작 기술 등과 관련해 영국 기업과 분쟁이 생겨 국제중재가 시작되면 한국 로펌과 영국 로펌이 조인트 서비스를 하는 게 효과적이다.”

 - 일본은 기업과 로펌 간 협력이 잘된다는데.

 “그렇다. 일본 기업들이 5~6년 전부터 동남아 각국으로 진출했다. 최근 베트남에선 일본계 은행 4곳이 영업 인가를 받았다. 국내 은행은 4곳이 신청해 모두 떨어졌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서 법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자국 로펌을 쓴다. 기업과 로펌이 상생하는 구조다.”

 - 법률시장 3차 개방 이후 국내외 로펌 간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은.

 “국내 3대 로펌은 안 할 것이다. 외국계 로펌들에 잠식당한 독일과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외국계 로펌이 합작법인을 만들려면 10대 로펌 이하의 로펌들과 해야 하는데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 국내 법률시장의 상생 방안이 있다면.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합격·졸업만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법률가 집단을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어떻게 활용하고 육성하느냐는 시스템 개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 복안이 있나.

 “정부 각 부처에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일반 직원으로 채용해 공직사회부터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국가 경쟁력도 업그레이드된다. 삼성·LG그룹은 이미 법률가를 사업부서 직원으로 뽑는 실험을 하고 있다.”

 김 대표의 고교 때 장래 희망은 ‘방송 앵커’였다 . 미국 CBS뉴스룸의 전설적 앵커였던 월터 크롱카이트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도 진실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앵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김재훈 대표 변호사=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1년 사시 23회에 합격했다. 86년 광장에 들어갔다. 2012년 파트너 변호사 선거를 통해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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