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춘~ 모 가는 길엔 승리 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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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영건(Young Gun)' 제춘모(21.사진)가 17일 문학 기아전에서 8이닝 동안 4안타.5볼넷.4삼진.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올시즌 6승째(무패)다.

지난해 9월 15일 사직 롯데전 승리까지 합치면 7연승이다. 이날 승리로 제춘모는 방어율 부문 10위(3.26), 다승 부문 공동 7위에 올랐다.

지난해 고교(광주 동성고) 졸업 후 프로에 입문, 올해로 2년째를 맞는 제춘모는 현재 SK 선발투수 중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채병룡(7승.방어율 3.12)을 바싹 뒤쫓으며 선두 SK의 상승세에 큰몫을 해내고 있다.

제춘모는 세 얼굴을 갖고 있는 남자다. 팬들 앞에서, 더그아웃에서, 마운드에서 조금씩 달라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프로 초년병의 풋풋함과 미래 스타으로서의 자질이 함께 엿보인다.

▶미소

"오빠 너무 잘 생겼어요. 오늘 잘 해주세요. "17일 기아전을 앞두고 SK 구단 사무실 앞에서 세 명의 여학생이 제춘모를 둘러쌌다. 옆에 있던 남학생 몇몇도 "형, 멋져요"라며 찬사를 보낸다. 1m91㎝의 큰 키에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제춘모는 외모만으로는 거의 모델급이다.

팬들 앞에서 짓는 멋진 미소와 싹싹한 몸놀림을 보면 과거 사인할 때마다 쭈뼛거리며 어색해 하던 선배들과 달리 인기 관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신세대임이 틀림없다.

▶넉살

더그아웃에서는 어떨까. 제춘모는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드는 법이 없다. 농담 잘 하고, 솔직한 것이 그의 특징이다. 주장 김기태(34)는 "춘모가 낮은 톤으로 말할 때면 뭔가 장난을 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한다. 김봉근(42) 투수코치는 "야단을 쳐도 마음에 담아두는 편이 아니다. (타자에게)맞으면서 배워야 하는 투수로서 좋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짱

제춘모는 17일 기아전에서 1회초 1사 후 김종국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장성호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와 상대하라는 벤치의 지시였다. 그러나 3회 2사 후 장성호를 다시 만나 바깥쪽 직구 두개를 던진 뒤 낙차 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승부를 걸 줄 아는 배짱을 지녔다. 제춘모는 1회 3번타자 장성호의 볼넷 하나를 빼곤 기아 3,4,5번 '클린업 트리오'를 4삼진.무안타로 틀어막았다. 그만큼 공격적이다.

문학=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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