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액션뉴스] “왜 우리만 막나” 경찰에 욕설 … 난장판 불꽃축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기사 이미지

아수라장으로 변한 원효대교 북단 진입로. 경찰은 원효대교 전체를 통제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시민들은 막무가내로 다리 위로 밀려들었다. [액션캠 촬영]

‘서울세계불꽃축제’ 무질서 극치
“다리 위 위험” 막아도 마구 진입
주차장 된 강변북로 무단횡단도
축제 뒤엔 곳곳에 ‘쓰레기 무덤’

기사 이미지

축제가 끝나고 난 뒤엔 주변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액션캠 촬영]

“어머. 여기 다리 위가 명당이네. 여기에서 불꽃 다 보인다. 빨리 올라와!”

 3일 오후 7시30분 서울 원효대교 위에 있던 한 40대 여성이 휴대전화에 대고 다급하게 외쳤다. 주변은 이미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8시부터 분수 폭죽이 예정돼 있어 위험하다”며 경찰이 다리 위로 올라가는 시민들을 막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차 안에 있던 사람들까지 갓길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호루라기 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범벅이 된 가운데 차에서 내린 한 남성이 말했다.

 “어차피 사람들이 좀 있으면 차에서 다 내려서 올 거니까 우리가 내려도 괜찮아.”

 그러자 다리 밑에 있던 김모(44)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는 못 가게 하고 저 사람들은 가게 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거였다. 다리 아래에는 위로 올라가지 못한 시민들이 100m 가까이 줄을 선 채 교량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경찰의 통제에 길이 막힌 한 40대 남성은 욕설을 하며 항의했다.

 “이 개XX들아! 여기는 인도인데 왜 통제하는 거야. 내가 지나가겠다고!”

기사 이미지

불법 주차를 제지하는 경찰관에게 한 시민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액션캠 촬영]

 경찰이 “위험하니 내려가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말하자 한 시민은 “다리에 폭약이 설치돼 있다고 내려가란다”며 비아냥거렸다. 원효대교 위를 통제하던 경찰관이 기가 질려 말했다. “원래 전체가 통제구역인데… 불가피한 상황이니까 여기서부터라도 통제해야죠. 어쩔 수 없어요.”

 ‘2015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열린 여의도와 마포, 용산 한강변 일대는 축제 시작 5~6시간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서부이촌동의 왕복 4차선 도로 중 양쪽 차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사용 가능한 차로는 2개였다. 한강시민공원 주차장 역시 이중, 삼중 주차로 차량 진출입조차 불가능했다.

 축제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무질서는 가중됐다. 한강시민공원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차량 진입이 통제된 상태였음에도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차량들과 막는 경찰관이 수시로 실랑이를 벌였다. 고속화 도로인 강변북로 위에 정차한 뒤 손님을 내려주는 택시들도 눈에 띄었다. 불법 주차를 막는 경찰관에게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남성도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찾은 한 50대 남성은 강변북로 갓길에서 노상방뇨를 하기도 했다.

 7시10분쯤 첫 불꽃이 터지자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인도 위에 자리 잡고 소주를 마시는 50대 남성이 있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변북로 교통정체도 극심해져 4개 차로 중 2~3개 차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차량에서 갓길로 걸어나와 불꽃놀이를 즐기는 시민들도 부지기수였다.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 선루프를 열고 불꽃을 보며 진한 입맞춤을 하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한강시민공원 내부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공원 내부 계단을 통제하던 사설 경비업체 직원이 “멈추지 말고 계속 가주셔야 통행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고 외치자 한 시민은 “왜 시끄럽게 XX이냐”며 욕설을 했다. 이날 경찰은 1800여 명의 인원을 투입해 행사 통제에 나섰다. 오토바이에 액션캠을 부착하고 교통통제에 나섰던 서울 경찰청 교통순찰대 임규상(39) 경사는 "올해도 다리 위가 주차장이 되는 사정이 변하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축제가 끝난 뒤에는 쓰레기가 즐비했다. 일방통행 표지판과 통행금지 표지판 근처마다 어김없이 쓰레기 더미가 있었다. 인근 버스 정류장에도 돗자리와 먹다 남은 치킨, 맥주병 등이 굴러다녔다.

기사 이미지

 한편 지난 2일 불꽃축제를 준비하던 중 한강에 빠져 실종된 이모(43)씨의 시신이 4일 오전 8시47분쯤 한강철교 부근에서 발견됐다. 조명업체 직원인 이씨는 설치하려던 레이저 조명을 모터보트에서 바지선으로 옮기다 배 사이 간격이 벌어지며 물에 빠졌다. 사고 당시 이씨는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회사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취재·액션캠 촬영=한영익·박병현 기자
이지현 인턴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