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한인업주 많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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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돈만 100만 달러. 가족처럼 믿었던 직원에게 배신을 당했단 상처는 액수 이상이었다.

LA에서 제법 규모 있게 운영하던 의류 도매업체가 직원의 지속적인 횡령에 삐걱거리다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아들 같았던 직원은 8년 동안 야금야금 회사 돈을 빼갔다.

LA한인타운 내 한 음식점에서도 직원이 약 3년 동안 가게 돈을 훔치다 최근 발각됐다. 딸의 친구로, 파트타임으로 시작했던 직원에게 카운터를 전적으로 맡겼던 게 실수였다. 20대 여성 직원은 약 7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타운 인근 옷 가게에서도 재고 상품을 몰래 빼돌려 인터넷에서 판매한 혐의로 30대 직원 최모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모두 사장이 직원을 믿고 돈 관리까지 맡겼다가 당한 일이다.

최근 폐지가 확정된 LA경찰국(LAPD) 본부 아시안범죄 수사과 관계자에 따르면 한인 업주들은 유독 직원 횡령사건에 휘말린 경우가 많다. 한인 특유의 '정'을 믿고 직원에게 주요 업무를 맡겼다가 당했다는 게 수사관들의 설명이다.

LA시 검찰 관계자는 "올해에만 20여 건 정도의 한인업체 횡령사건이 접수됐다.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한인업주들의 관리.감독이 취약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사건의 공통점은 역시 관리 소홀이다. 사장이 부업 등 다른 비즈니스로 업체 관리에 집중하지 못 했거나, 직접 음식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바람에 돈 관리에 소홀한 경우 횡령 피해를 당했다. 또 사장이 나이가 많거나, 영어에 서투른 경우에도 피해를 당하기 쉬웠다.

횡령을 일삼은 직원들은 오랜 기간 조금씩 돈을 훔쳤다. 의류 도매업체의 경우 사장은 70대 한인 노인이며 영어가 익숙지 않아 30대 직원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음식점 사장 역시 주로 주방에서만 일을 하다 횡령을 당했다.

횡령 사실이 들통나면 민사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혐의를 받는 직원은 대개 "오버타임 임금, 휴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그 대가로 돈을 가져간 것"이란 주장을 펴기 때문이다.

LAPD 관계자는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업주가 직원에게 휴가나 오버타임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노동법이 걸린 민사상의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오히려 업주가 수세에 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애초에 사태를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래리 메디슨 변호사는 "사장이 직접 하루 단위로 철저히 결산을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또 직원들에게는 오버타임 수당과 정해진 휴가를 꼭 지급하라"고 조언했다. 또 "횡령 혐의로 형사 처벌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들이 꼭 있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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