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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공정'으로 경기 부양 시동거는 리커창

중앙일보

입력

경기 둔화 우려에 직면한 중국이 ‘고속철 공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30일(현지시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고속철 건설 투자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철도 건설에 투입할 비용은 최고치였던 2010년(8427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다. UBS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6~2020년까지는 매년 8500억 위안(159조원)을 철도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이미 지난달 28일 중국 남서부의 윈난(云南)·구이저우(貴州)·쓰촨(四川)성, 장쑤(江蘇)성 동부, 후베이(湖北)성 중앙을 잇는 3개 노선의 철도 노선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3개 노선의 건설에는 1093억 위안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발개위는 지난달 29일에도 베이징과 톈진, 선전의 도시철도 건설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예상 투자액만 460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은 2000년대부터 대규모 경기부양을 위해 주요 도시를 잇는 고속철 건설 사업을 추진해왔다. 세계금융위기의 충격이 몰아치자 중국은 고속철도 건설 투자를 늘리며 위기를 모면했다. 2009년 중국의 철도 건설 지출은 79%나 늘었고, 2010년에는 8427억 위안을 쏟아부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절의 이 같은 경기 부양으로 중국은 위기를 비켜갔다.

중국이 또다시 ‘고속철 공정’에 나서는 것은 커지는 경기 둔화 압력 때문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9%로 예상하는 등 전망은 우울하다. 타오왕 UBS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 입장에서 ‘고속철 공정’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의 충격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경제 효율성을 확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속철 건설로 인해 늘어나는 정부와 철도 국유기업의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 총리는 고속철 건설을 민간 부문에 개방해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 공정’의 일환인 해외 진출 전략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반둥 간 150㎞ 고속철도 건설 경쟁에서 일본에 승리했다. 이에 앞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 간 370㎞ 고속철도 건설과 관리도 사실상 수주하며 고속철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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