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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진핑 방미는 중국인 위한 쇼"…美언론 반응 시큰둥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늘에 가려 미국 내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 주석의 방미소식은 2016년 미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보다도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디어 분석업체인 미디어 마이저의 통계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디어 마이저에 따르면 24~27일 미국 TV 방송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6만634회 언급됐다. 이는 시 주석(3177회)의 20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도널드 트럼프는 1만4756회 다뤄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교황의 미 의회 연설이다. 교황이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던 지난 24일, 미국 TV 뉴스의 50%가 교황 소식으로 채워진 반면, 같은날 오바마와 만찬을 함께 했던 시 주석의 소식은 방송에서 5% 미만의 비중으로 다뤄졌다고 언론 분석업체 미디어 테너가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부각해 다루다 보니 생긴 결과다. 20일~27일치의 신문기사를 분석해봐도 교황이 시 주석보다 온라인 기사에서는 3배, 인쇄매체에서는 5배 더 다뤄졌다고 FT는 덧붙였다. 심지어 미국 방송사들은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중계하던 도중, 미국 공화당 대변인 존 베이너가 급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하자 베이너에 관한 뉴스로 방송내용을 바꾸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FT는 "시 주석의 유엔총회 연설도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 끼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이 이번 방미기간 중 시리아 난민 문제를 비롯해 이민자 포용, 기후변화 대처, 경제 불평등 해소문제 등을 다뤄 미국인들의 공감을 끌어낸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시진핑의 방미는 대내용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중국 내에서는 '세계 무대에서도 강한 지도자'로서 시 주석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얻었다고 FT는 분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0일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미국 국민보다 중국인들을 위한 쇼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시 주석이 미국 기업인들을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이 있는 지도자이고 유엔 내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로 보이기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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