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첫 PB 등 지속적인 혁신으로 자산 332조 금융그룹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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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직원 27명이 모여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조직인 ‘하이랩’소속 팀원이 글자판을 들고 웃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4월 그룹 내 혁신조직인 하이랩(Hi-lab)을 신설했다. 계열사의 젊은 직원 27명이 지주 건물에 있는 ‘하이랩’실로 출근을 하면서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할 방안을 찾는다. 나이와 직급을 따지지 않고, ‘짱구’‘마이콜’ 등의 별칭을 부른다. 하이랩은 김정태 회장이 그룹 차원의 ‘혁신 컨트롤 타워’를 만들 것을 주문하면서 탄생했다.

하나금융그룹
통합 직후 전직원의 PB화 선언
전지점서 장기거래 고객 자산관리
캐나다서 전화번호 이체 서비스
7개월 만에 1만4000좌 신규 가입

# 최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는 ‘은행산업과 신상품 개발’이라는 강좌가 개설됐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직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의 실무적인 부분을 강의하면 학생들이 학기말에 금융 상품 아이디어를 내는 수업이다. 상품성이 있는 아이디어는 KEB하나은행의 금융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작은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에서 출발한 회사가 자산 300조원 대의 금융그룹이 될 수 있었던 데는 혁신의 아이디어가 뒷받침돼 있었다. 1991년 지점 두 곳에서 영업을 시작한 하나은행은 95년 은행권 최초로 PB제도를 도입해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도했다. 99년에는 인공위성을 통한 이동 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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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은 이런 혁신의 ‘DNA’를 바탕으로 핀테크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2012년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선불형 전자지갑인 ‘N월렛(N Wallet)’을 내놨다. 휴대전화 번호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고유 계정(전자 지갑)이 만들어 지는데, 여기에 금액(캐시넛)을 충전해 두면 이 돈으로 송금이나 결제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 없이 상대방의 휴대전화번호만 알면 된다. 최초 가입시 등록한 4자리 숫자(PIN번호)를 입력하고 ‘보내요’를 누르면 송금이 완료된다. 송금 기능을 응용한 ‘더치페이(나눠내기)’와 ‘복불복’, ‘용돈 주기’ 기능도 있다. 충전한 캐시넛은 가맹점에서 바코드 결제를 통해 사용해도 된다. 전국 5대 편의점과 영화·화장품·서점·외식 등 다양한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N월렛은 2012년 4월 ‘제1회 모바일브랜드 대상 금융서비스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그해 6월 국내 은행최초로 국제금융 전문지인 ‘더 뱅커’가 선정한 ‘2012 금융혁신 대상 3관왕(아시아 금융회사 최초)을 수상했다.

올 7월엔 ‘핀테크 원큐랩(1Q Lab)’을 열었다. 핀테크 업체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입주자들과 수시로 회의를 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렇게 축적된 핀테크 경험을 해외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위해 올 1월 캐나다 현지 법인에 처음으로 ‘원큐 뱅크(1Q Bank)’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고와 통합을 상징하는 ‘1’과 ‘신속한(Quick) 서비스 품질(Quality)을 결합한 말로 출시된 지 7개월 만에 신규계좌가 1만4000좌를 넘어섰다. 원큐뱅크는 캐나다 최초로 ▶핸드폰 번호를 통한 자금이체, ▶비대면 채널을 통한 선불카드 발급, ▶스마트폰 전용 자유 적립식 적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원큐뱅크 서비스를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올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되면서 탄생했다. 덩치를 키운 만큼 ‘리딩 뱅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혁신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기존의 자산관리 서비스의 틀을 깨고 ‘전직원의 PB화’를 선언했다. 그 첫단추로 ‘행복파트너(Branch PB)’ 1708명을 선발해 854개 전 지점에 배치했다. 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 고객과 장기거래 고객은 영업점에 신설된 ‘브이아이피 멤버스(VIP Members)’라는 공간에서 행복파트너에게 자산관리와 연금 계획 등을 상담할 수 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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