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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 심층 인터뷰] ③ 남경훈 한투 인도네시아 사무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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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에 드리운 암운이 좀처럼 걷힐 줄 모르고 있다. 오히려 신흥국발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신흥국 현지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신흥국의 현재를 관찰하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업체 현지 지점장들은 신흥국 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본지는 신흥국 위기 가능성이 처음 본격적으로 제기됐던 지난달 말 4인의 현지 법인장 및 사무소장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의 취재 결과물은 본지 8월24일자 B1면에 “신흥국 위기본질, 유동성에서 펀더멘털로”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지만 핵심만 추려 기사화되는 바람에 이들의 진단 내용이 대부분 사장됐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본지 증권팀은 이들의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보다 더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취재 내용의 전문을 인터넷 전용 기사의 형태로 보도하기로 했다. 26일부터 하루에 한명씩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다. 다만 한달 전에 취재된 내용인 만큼 시간의 흐름은 잘 걸러서 기사를 접해주시길 바란다.

③남경훈 한국투자증권 인도네시아 사무소장

-인도네시아 상황은 어떤가.
“인도네이사 증시는 작년 3분기 5500으로 역사적 고점을 찍고 지금은 4300 정도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가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여기는 그 전에도 좋진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4000선 후반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2~3개월 만에 하락한 것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로 인한 유동성 고갈 우려가 크다. 또 원자재 국가다 보니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타격이 더 커졌다. 중국이 휘청하면서 중국발 경기 둔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중국 앞마당이다. 중국에 원자재 수출하는 것도 있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투자자금도 크다. 중국에서 오는 자금이 줄면서 더 큰 타격 입고 있다”

-중국과 미국 금리인상 중 어떤 게 더 큰 영향 주나.
“중국이 더 큰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됐던 이벤트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는 원자재 수출 및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근접해 있다.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니 정부가 쉽게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 경기 부양 노력을 하고 있지만 통화 정책을 사용할 수가 없다. 또 최종생산품은 다, 생필품까지 수입에 의존하는데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다 보니 금리를 낮출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 경기가 불안하면 무역수지도 악화한다. 복합적으로 안좋은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2분기 성장률이 4.67%인데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루피아화 약세의 원인은
“동남아 국가는 외국인 투자에 의존하는 국가들이다. 외국인들이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해 온 경제다. 외국인들이 장기적으론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외국인 자금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근데 이들이 달러 거래를 선호한다. 시장 전체에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크다. 루피아화보다 달러 거래를 선호한다. 달러 가치 상승하면 루피아화 가치 하락한다. 정부가 그런 수요를 없애려고, 국내 거래에서 달러 거래 배제하는 법도 상정해놓은 상태다. 경상수지도 적자다. 무역수지는 흑자로 돌아섰는데 이것도 불황형 흑자다. 경상수지는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많아진다는 건 외국인이 배당으로 가져간다는 게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상수지 적자다. 외국인은 환손실 우려때문에 배당 받은 걸 바로바로 달러로 바꿔간다. 내국인의 수요도 증가하고 외국인의 수요도 증가하니 달러는 계속 강세다. 정리하면 외국인이 직접 투자를 걷어가는 건 아니고 투자는 계속하고 있는데 투자 심리가 안좋아진 게 환율 상승에 큰 영향 미쳤다. 인플레이션도 심하니까 루피화 가치는 더욱 더 떨어진다.”

-2013년 버냉키 쇼크, 아르헨티나 쇼크랑 비슷한 상황인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때와 달라진 건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때 경험을 토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적 대응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지금도 환율 방어하려고 외환보유액을 사용하고 있고, 자국내 달러 수요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달러 채권 발행해서 외부에서 달러를 조달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직접적인 외환보유액을 사용해서 환시장 개입하려다 보니까 실패했는데 이제는 시장 내부에 달러 수요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정책이 제대로 작동을 하나?
“올해 추세를 보면, 원화 가치 하락 추세에 비하면 잘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이고 인도네시아는 적자인데도 한국과 비슷하게 맞춰나가는 건 잘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인도네시아 재정부 장관이 “차라리 미국이 금리를 올려라”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면 불확실성이 없어지니까 차라리 빨리 올려주면 좋겠다는 얘기다.”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은 있는 건가.
“2분기 경제성장률이 4.67%다. 예전보다 가라앉고 있는 게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현 상황은 과도하다는 얘기다.”

-얼마나 더 출렁이겠나.
“여기는 원자재 가격이 반등을 해야 한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져야 한다. 선진국 수요에 의해 반등을 하든, 중국이 반등해서 원자재 반등을 하든 원자재 가격이 반등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어떻게 될까.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기적 시각이 바뀐 건 아닌 거 같다. 다른 동남아 시장에 비해서 인도네시아는 잠재력이 있다.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과 비교했을 때 인도네시아 시장은 확실히 동남아의 중심이다. 인구가 2억5000만명으로 세계 4위다. 수요의 규모 자체가 다르다. 동남아의 맏형 격이다. 인도네시아는 자국민과 자국가에 대한 프라이드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 외국인 투자자들도 보고 들어오는 상황이다. 시장이 안좋을 때 장기적인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외국인 직접 투자가 2분기에 74억 달러로 1분기 37억 달러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기본적으로는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줄고 있지 않다. 7월에는 순매도를 멈추고 순매수로 돌아섰다. 한국에 비해서는 더 고생하겠지만, 예전만큼은 아닐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과 남미나 유럽의 신흥국은 서로 다를까.
“동유럽은 서유럽 투자를 먹고 산다. 무역수지는 항상 적자다. 동남아는 미국 투자에 의존을 한다. 무역수지 흑자를 근간으로 삼는 수출국가다. 동유럽이나 남미에 비해서 정치 등 측면에서 안정돼 있다. 인도네시아도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도 있었지만 이미 민간 정부가 들어섰고 직접 선거 십여년 전부터 하고 있다. 정권 교체도 무난하게 이뤄지고 민주화가 어느 정도 상당히 진전돼 있다.”

-투자자 전략은.
“선진국이 안정적이다. 미국이나 유럽. 한국도 이들의 시각에선 신흥국이다. 한국에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신흥국 시장 투자도 주저할 필요 없다. 한국은 위기가 끝나면 빠르게 반등한다는 학습이 이뤄져 있는데 동남아도 비슷하다.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게 되면 동남아 시장 수익률이 한국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원자재 시장 전망은.
“석유 가격이 대표적일 텐데, 가격이 워낙 낮다. 중국도 저런 상황이라 반등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순석유수출국이 아니다. 2010년 이후에 순석유수입국으로 돌아섰다. 그 요인이 인도네시아에 석유가 나는데, 정제 가공을 못한다. 그래서 원유를 수출하고 정제유를 수입한다. 한국의 정유사들도 관심이 많다. 정부에서도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흑자를 확대하려면 석유 정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하반기에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계획이 있다. 내수 살리기 위해서 투자 계획을 집행하고 있는 과정이다. 하반기엔 정부 지출이 경기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신흥국 내 한국 포지션은.
“확실히 한국을 더 발전된 시장으로 보는 것 맞다. 투자 비중도 더 한국을 가져가는 게 맞다. 인도네시아랑 한국만 비교하면 한국은 유동화가 쉽다. 인도네시아는 주식을 매도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위기 상황 때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 나가야 할 타이밍에 나갈 수가 있는데 여긴 그게 안 된다. 외환 거래할 때, 환전해서 나가거나 들어올 때 상당한 액수를 거래해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한국은 환시장이 선진화돼 워낙에 편리하다 보니까 외국인이 많이 팔고 나가는 것”

-한국이 충격을 덜 받을 거라는 의미인가.
“동남아 시장보다는 적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

-지금은 펀더멘털 이슈가 있다. 중국 이슈다. 버냉키 쇼크랑 아르헨티나 쇼크 때는 유동성 이슈만 있었던 거 아닌가.
“중국 때문에 펀더멘털 측면에서 세계 경제가 어려운 건 맞다. 반등을 하려면 원자재 수요 반등하고, 중국 되살아나야 한다는 이야기. 미국이 금리인상한다는 건 경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여타 선진국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위안을 삼아 본다. 물론 한국의 첫번째 교역 상대국인 중국 경기의 둔화가 우려스러운 건 맞다.”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다면 중국 경착륙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관찰하면서 투자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중국도 경기가 괜찮아지고 내수가 살아날 것인지, 아니면 선진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금리 인상 불안감을 안고 가고 중국 경착륙 가능성이 유지되는지 여부. 그래서 그나마 기대하는 건 미국이고, 유럽이다. 이런 데가 좋아지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선언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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