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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안개에 폴크스바겐 ‘펑크’까지 …“선진국·대형주에 초점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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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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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면 성미 급한 어린이와 주식 투자자가 동시에 기다리기 시작하는 게 있다. 산타다. 어린이는 ‘산타 할아버지’를, 투자자는 ‘산타 랠리’를 기다린다. ‘산타 랠리’, 즉 연말 주가 상승이 오기를 기대하는 투자자는 올해 만족스러운 연말을 보낼 수 있을까. 아쉽지만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악재 쌓이는 증시, 어디에 투자할까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을 전제로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당장은 충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게 근거였다. 단기간의 충격은 1, 2개월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즉 연말이 되면 주가가 추세적 반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였다.

 이런 전망은 지난 9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금리 인상이 ‘단기 악재, 중장기 호재’라면, 금리 동결은 ‘단기 호재, 중장기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금리 인상은 무산된 게 아니고 보류된 것에 불과한데다가, 인상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진이 엎치고, 폴크스바겐 악재가 덮쳤다. 9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7.0으로 7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제조업 분야의 경기동향지수다. 다시 말해 중국의 제조업 실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얘기다.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나쁘면 중국에 상품과 원자재를 판매하는 많은 나라의 경기 역시 좋을 수가 없다. 당연히 증시에는 악재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했을 때 경기가 곧 개선되기는 힘들다. 경착륙 우려가 완화되는 경기 안정기로는 내년 1분기 정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디젤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중요한 경기지표인 자동차 산업과 관련 지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요 국가가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업계 전체가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규제 강화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요소를 고려할 때 당분간 큰 폭의 급락은 없을지 몰라도, 의미 있는 반등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소한 연말까지는 저금리와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증시도 박스권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투자의 초점을 어느 쪽에 맞춰야 할까. 노 연구원은 선진국 시장을 추천했다. “신흥 시장은 경기 부진 등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듯하다. 상대적으로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중국 증시는 경기 부진, 미국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당분간 불안한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10월 이후 구조개혁 청사진과 대담한 경기부양정책을 내놓은 이후에야 본격적인 반등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 중에서는 8월 이후 주가 반등을 주도해온 대형주를 추천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8월 이후 지금까지 대형주 위주의 반등세를 이어왔으며 당분간 실적 호전이 가시화하고 있는 대형주를 고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중에서도 이익이 안정적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내수주를 추천했다. 비슷한 취지에서 쇼핑·식품·화장품주 등 소비재 종목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있다. 추석과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방한해 지갑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조언이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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