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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출 18%가 자동차 … ‘Made in Germany’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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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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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사기 사건이 독일제 수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폴크스바겐의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자동차 품질을 체크하는 모습. [드레스덴=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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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코른 회장

폴크스바겐 사태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한 자동차 회사의 배출가스 속이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독일제) 신뢰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마르켈 프라처 독일경제연구소(DIW)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독일 GDP 중 수출이 절반 차지
일자리 5개 중 1개가 자동차 산업
빈터코른 폴크스바겐 회장 사퇴
“부정 사실 인지 못했다” 항변
미국 운전자는 집단 소송 시작

 프라처 소장은 “독일 제조업은 ‘신뢰’ ‘완벽함’을 자랑한다. 이런 독일 제조업에서 폴크스바겐은 품질의 대명사”라고 말했다. 이런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사기(cheating)를 벌이다 들통났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회장 마르틴 빈터코른은 결국 사퇴했다. 폴크스바겐사는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긴급이사회를 가진 후 기자회견을 열고 빈터코른 회장의 사퇴를 발표했다. 빈터코른은 성명을 통해 “CEO로서 디젤 엔진의 부정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부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독일 경제계는 긴장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사태가 독일의 독특한 경제구조 때문에 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어서다. 독일은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다. 거의 50%에 이른다. 기술력과 믿음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수출이 성장의 주력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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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독일 주력 수출품이 자동차다. 독일 연방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1조2200억 달러(약 1452조원) 정도였다. 이 가운데 자동차 수출은 17.9%인 2190억 달러에 이른다. 시중은행인 도이체방크는 “독일 일자리 5개 가운데 1개가 자동차 산업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독일 정·관계 인사들이 폴크스바겐 사태에 기민하게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폴크스바겐이) 아주 투명하게 사태의 진상을 밝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열쇠”라고 말했다. 사태가 독일 경제 전체로 번지기 전에 폴크스바겐이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다.

 폴크스바겐은 일단 발등의 불 끄기에 나섰다. “73억 달러를 벌금 등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50여만 대를 리콜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배출가스 사기와 관련된 차량이 1100만 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각종 벌금과 과징금 등이 180억~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운전자들이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의 벌금보다 무섭다는 게 집단소송이다. 블룸버그는 “폴크스바겐이 벌금과 집단소송 배상금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동안 순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월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디젤엔진도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디젤엔진은 그간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크스바겐 사태 때문에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와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디젤엔진 위축은 유럽 자동차의 위축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절반 이상이 디젤차였기 때문이다.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의 순위 바뀜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판매 대수 기준 글로벌 1위는 일본의 도요타(1023만 대 판매). 폴크스바겐그룹은 1014만 대로 2위이고, 그 뒤를 GM(992만 대)과 르노-닛산(850만 대), 현대·기아차(801만 대)가 쫓고 있다. 이 중 디젤차 판매 비중이 큰 폴크스바겐과 르노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내에서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팔린 수입차는 총 15만8739대로 이 중 69%인 10만9502대가 디젤차였다. 국적별로는 독일산 수입차가 전체의 69.2%인 10만9887대를 차지했다.

강남규·이수기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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