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회생 '3가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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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7일 채권단이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 회사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과 그룹 계열사의 지원만으로는 시장에서 정상 기업으로 인정받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의 부실을 메워주고 계열사 지원으로 이익을 늘려나간다는 구상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계열사 지원을 둘러싼 부당 지원 시비를 잠재워야 하고 해외 채권단을 설득해 공동 보조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최종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기 위해 17일 열린 전체 채권단 협의회가 진통을 거듭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상화 방안 충분한가=채권단은 총 4조3천8백74억원 규모인 SK글로벌 자본 잠식을 메우기 위해 빚의 일부를 출자전환(빚을 자본으로 바꾸는 것)하기로 했다.

▶국내 채권단이 가진 채권 6조1천억원 중 36%인 2조2천억원▶대주주인 SK㈜가 SK글로벌에서 받을 석유제품 외상 판매 대금 등 1조4천억원 중 8천5백억원 등 총 3조1천억원이 대상이다.

그래도 자본 잠식을 메우기에 모자라는 금액은 ▶SK글로벌 소유 부동산.주식 매각▶기존 주식에 대한 감자(減資) 등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동안 영업을 통해 연평균 4천3백억원의 현금 창출 능력(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 등을 빼기 전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을 전제로 자구계획을 짰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재 SK글로벌의 영업이익은 2천억원 수준. 계열사 지원을 전제로 했다지만 최근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현재보다 배 이상의 이익을 수년간 계속 내기는 버거워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열사 지원도 쉽지 않을 듯=SK글로벌의 영업 실적을 좋게 하려면 SK㈜.SK텔레콤 등 그룹 내 우량 계열사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때문에 SK글로벌이 소유한 주유소 판매망과 두루넷 등 정보통신망을 계열사들이 향후 10년 정도 독점적으로 이용해 준다는 계약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SK그룹 계열사들이 글로벌에 대한 거래를 강화하면 부당 지원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주주들과 참여연대 등도 SK㈜와 SK텔레콤이 SK글로벌을 노골적으로 지원할 경우 배임행위로 제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해외 채권단도 걸림돌=해외 채권단과 국내 기금.금고와 개인투자자 등은 채권단의 협약을 적용받지 않는다. 결국 개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상당수가 은행 공동 관리에 참여하기보다 당장 빚을 받아내기를 원하고 있다.

일부 해외 금융사는 자체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또 하나의 과제다.

◇남은 일정은=채권단협의회에서 75% 이상의 찬성으로 정상화 계획이 통과되면 감자와 출자전환이 실시되고 7월 말께 SK글로벌과 경영 정상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게 된다.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권은 유지되지만 SK글로벌에는 2007년까지 채권단의 자금관리단이 상주하며 본격적인 회생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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