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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미디어 콘퍼런스] 얼 윌킨슨, "모바일, 수익 다변화….뉴스 소비 행태에 맞춰 혁신을 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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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일보.]

얼 윌킨슨(Earl Wilkinson)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사무총장은 지난 20여 년간 혁신적 미디어 회사들을 찾아다니며 뉴스와 미디어를 연구했다. 1992년부터 INMA를 이끌고 있는 그는 대표적인 미디어 혁신 전문가다. 그는 21일 "신문은 더이상 당신들이 예전에 알던 신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중앙 50년 미디어 콘퍼런스: 내일로 통하다'에서다.

이날 콘퍼런스엔 홍석현 중앙일보ㆍ JTBC회장과 홍정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대표이사가 참석했으며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사장 겸 대표경영자(CEO), 토니 매덕스 CNN 인터내셔널 총괄부사장 등 12명의 외부연사가 강연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외 귀빈들과 미디어 관계자 700여명이 참석했다.

얼 윌킨슨 사무총장은 강연 시작부터 스크린에 사진 하나를 띄웠다. 밧줄 양 끝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밧줄 한쪽 끝이 우리가 잘 아는 전통 미디어 회사들이라고 한다면, 반대쪽은 버즈피드나 바이스 같이 새롭게 뜨고 있는 디지털 회사들을 의미한다"며 ”밧줄이 타들어가면 불꽃이 가운데서 만나게 되는 것처럼, 현재 미디어 회사들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결국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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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INMA. 얼 윌킨슨 사무총장이 강연에서 제시한 `타들어가는 밧줄` 사진. 한쪽 끝은 전통 미디어 회사, 다른 쪽 끝은 신생 디지털 미디어 회사들을 의미한다.]

다음은 강연 전문.

자, 사진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왼쪽의 전통 미디어 회사들은 여러분들이 잘 아는 회사들입니다 . 또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디어 회사들이고요. 다른쪽에는 디지털 회사들이 있습니다. 바이스나 복스, 버즈피드 같은 회사들인데 몇 분들에게는 친숙하고 또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전통 미디어 회사들은 아직까지 수익성이 비교적 좋은 회사들이라 하겠습니다. 자금 흐름도 좋고 인력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변화를 쫓아가려고 급급하면서도 과거의 콘텐트 생산 전통을 따라 소위 '영혼에서 나오는 의사 결정'을 합니다. 무엇이 독자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중요한지를 항상 생각한다는 얘깁니다.

반대로 신생 디지털 미디어 회사들을 살펴봅시다. 이들은 벤처 자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요. 인력은 젊고, 수익성을 창출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의사 결정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이들에게 있어 '저널리즘'은 목적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독자들을 얼마나 우리 사이트에 잡아둘 수 있느냐, 그걸 위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 하나의 목적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을 하고 그걸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전세계적 추세입니다 .

전통 미디어들은 디지털 회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목표가 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중앙일보라는 전통 미디어 회사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니, 디지털 매체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 먼저 말해보겠습니다.

첫째, 저널리즘은 더이상 진보와 보수 사이의 중립적인 지향점이 아닙니다.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합니다. 태도가 분명해야 합니다. 디지털 회사는 수직적인 콘텐트를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전통 미디어들은 하지 않는 겁니다. 주로 젊은 도시 거주자들이 타겟입니다. 이런 집요한 콘텐트 생산을 위해서는 분석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광고는 과감하면서도 은근하게 합니다. 주로 모바일을 우선합니다.

저희 INMA의 회원사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해볼까요. 저희는 전세계 80개국에 7000개사를 회원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이들 지역 중엔 비교적 디지털 혁신을 빨리 가고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쪽도 있습니다. 특히 남아시아, 남미 쪽은 아직도 종이신문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디지털에 대해 얘기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우리가 왜 변화해야 되나? 우리는 아직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는데요?' 혁신을 생각하는 속도가 나라마다, 미디어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분명한 건 독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는 디지털로 가고 있습니다. 또 광고주는 독자들이 있는 곳으로 같이 움직인다는 거죠. INMA의 경우 미디어 회사들이 프린트와 디지털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걸 중시하면서 또 독자와의 관계와 수익 창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반복했던 소위 '리치(reach)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여기엔 우리가 잘 아는 신문과 방송, 잡지 등이 있죠. 이들은 독자를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영혼을 담아 진정성있는 콘텐트를 만들면 쉽게 말해서 '누구한테나 먹힌다'고 생각했다는 거죠.

최근엔 이 트렌드가 '개별(each) 비즈니스'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개별성이 중요해졌다는 겁니다.

그러면 전통 미디어 회사들은 신문에서 쌓아온 전통을 다 집어치우고 디지털로 가느냐?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같이 가야되는 겁니다. 이 둘을 메워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제가 최근에 남미의 한 회원사를 방문했습니다. 앞뒤없이 '우리는 10% 정도의 수익이 디지털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확실하게 제가 배운 것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수익을 벌기 위해서는 프린트의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직책과 직급 등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또 콘텐트와 독자층에 대한 분석을 투명하게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이 준비가 안돼 있습니다. 문화적인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고 난 다음에야 디지털 쪽으로, 또 소셜 미디어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많이 디지털 매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할 겁니다.

저희 회원사 중 두 회사가 이 변화를 아주 성공적으로 했습니다. 스웨덴의 '아프톤블라뎃(Aftonbladet)'이라는 미디어 회사가 있고요. 또 캐나다 퀘벡 주의 '라 프레쎄(La Presse)'가 잘 하고 있습니다. 아프톤 블라뎃은 지난 주부터 처음으로 세계에서 종이신문을 없애고 태블릿용 신문만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라 프레쎄도 그렇고요. 한국의 미디어 회사들이 이런 것을 할 수는 있을지 의지가 있는 건지 저는 모릅니다. 제가 아는 건 과감하게 베팅을 해야 변화가 따라온다는 겁니다.

미디어의 기술적 트렌드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크게 이동성(Mobility), 간결함(Simplifying), 그리고 구독성(Subscription)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이동성에 대해 말해봅시다. 요즘 뉴스를 다들 집 밖에서 봅니다. 움직이면서 각자 자기가 원하는 걸 골라본다는 거죠. 그래서 홍석현 회장께서도 강연하셨지만 얘기했지만 우수한 저널리즘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노이즈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번째로 간결한 게 중요합니다. 어떤 콘텐트를 생산하든 디지털 포맷으로 점점 간결화해야 합니다. 뉴스를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거죠. 여러 정보의 홍수 속에서 뭐가 중요한 뉴스인지를 간소화해서 보여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위 '신문 배달'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디지털에서도 원래는 특정 신문을 구독을 했는데, 거기서 큐레이션 등 재편성한 미디어를 보여주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는 아이튠즈에게는 나쁜 소식, 넥플릭스에는 좋은 소식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바일이 중요하다는 걸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들 ‘디지털 우선, 모바일 우선’을 외치죠. 그런데 미디어 회사들은 '디지털로 가면 돈은 어디서 버냐?'고 되묻습니다.

제 생각엔 디지털이든 무엇이든 결국은 독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독자들의 뉴스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지난 4~5년 전부터 비음성적으로 모바일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고 있습니다. 야후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에 대한 중독성이 도파민이 생성되는 것처럼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독자들이 하루에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150번 확인한다는군요.

또 66%의 이용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뉴스 검색을 한답니다. 나쁜 소식은 이 비중이 전체 모바일 이용 시간에서 2~5%라는 겁니다. 결국 신문사들이 서로 동종 업체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게임이나 다른 앱 회사들과 경쟁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타들어가는 밧줄의 중간 지점은 도대체 무엇이 될까요? 우리 모두 언젠가는 이 중간에 다다를 것입니다 .

노르웨이에 '쉽스테드'라는 미디어 회사가 있습니다. 올해 이 회사의 경영진들을 만났더니 디지털에서 무슨 혁신 얘기가 나오던지 우리는 더 빠른 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개략적으로는 웹에서는 익명에서 실명으로 트렌드이니 독자들이 새로운 로그인 경험을 하도록 구상 중이며, 또 웹사이트 상의 트래픽을 새로운 화폐로 활용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답니다. 또 최근 웨어러블이 대두하는 상황에 맞춰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고객에 대한 유료 서비스 테크 플랫폼 등의 전략을 세운다고 합니다. 이 모든 걸 2016년에는 최적화시킨다는군요.

제가 쉽스테드 사를 방문 후, 떠나기 전에 ”그럼 종이 신문은 어쩔거냐?"고 물었습니다. 경영진들은 뉴스룸의 이름을 '디지털미디어하우스'라고 바꿔부른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신문 부수는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스테드의 직원들이은 발행 부수가 떨어진다고 연연해하지 않더라고요. 대신 이 신문의 특별한 브랜드를 신문에서 모바일, 비디오로 어떻게 옮겨갈건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게 해답이 아닐까요?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핵심 전략은 '독자의 뉴스 소비 행태'에 맞춰가는 겁니다. 전세계 신문사들이 이걸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뉴스 소비 행태가 매일 바뀌고 있습니다. 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문 브랜드의 영혼을 보존을 하면서 프린트를 넘어서는 성공을 해야 됩니다. 앞으로는 얘기가 많이 나올 겁니다.

마지막으로 매출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신문에서 돈을 벌거냐 디지털에서 돈을 벌거냐 양자택일을 하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한 미디어 회사는 자체적으로 '체중 감량 클럽'을 운영해 돈을 벌고 있디고 합니다. 신문을 했던 회사가 '체중 감량 클럽'을 열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밧줄의 중간 지점에서 만날 겁니다. 저 밧줄은 미디어 업계를 빗댄 표현입니다. 전통 미디어 회사들은 분석에 더 신경을 쓰고, 디지털은 우수한 품질의 기사가 뭔지를 알아야 할 겁니다.

중앙일보의 창간 50주년을 축하합니다. 소중한 50주년을 기념하며, 저는 중앙일보가 '이제까지 잘해왔다'는 격려와 축하만으로 오늘은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중앙일보의 새로운 내일을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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