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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합·환경 ‘세 토끼’ 잡기 위한 유엔의 15년 계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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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6 면

‘로마클럽’은 1968년 이탈리아의 사업가 아우렐리오 페체이가 과학자·경제학자 등과 함께 결성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환경 오염, 자원 고갈에 관심이 많았던 로마클럽 회원들은 72년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출간 직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과 사회적 불균형, 성장에 대한 근본적 고찰의 필요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 로마클럽이 추구했던 가치는 지구촌의 공동목표가 됐다.


지난달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모인 193개 회원국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이뤄 낼 15년간 계획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를 도출했다. 17개 의제와 169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 SDGs는 25일 열리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공식 채택될 예정이다. 2001년 시작해 올해까지 진행되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MDGs)’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통해 기본적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새로운 목표인 SDGs는 MDGs 의제 중 빈곤 근절, 초등 교육 제공, 성평등 촉진 등에 관한 목표는 계승하고 국가 간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 경제 발전 등 사회통합과 환경보호에 관한 의제를 새롭게 추가했다.


‘포스트 2015년 개발의제’ ‘유엔 2030 어젠다’로도 불리는 17개 SDGs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경제 성장과 관련된 분야다. 빈곤 문제 해결, 건강과 교육,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기반 시설 충족 등 8개 목표가 해당된다. 둘째는 사회통합 분야다. 양성평등 달성, 국가 간 불평등 감소 등 3개 목표가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 분야는 지속가능성, 즉 환경보호에 관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 6개 목표가 있다.


SDGs는 MDGs에 비해 대상의 범위가 넓어졌다. MDGs는 최빈국의 빈곤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SDGs는 에너지·식량·금융·기후변화 등 지구촌 공통 문제를 다루고 있다. 빈곤 문제에 대한 해법도 확대됐다. 과거엔 경제 성장에서 해결책을 찾았다면 이제는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해법을 추구한다. 목표에 대한 각국의 책임도 강화됐다. MDGs의 경우 실천 과정을 자발적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각국이 의무적으로 SDGs의 이행 과정과 성과를 보고해야 하고 이에 대한 평가도 진행된다. 유엔은 향후 표준화된 보고체계와 평가·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은 “선진국의 재원으로 빈곤국을 지원하는 개발원조가 아닌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 의제가 SDGs”라고 말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SDGs의 원칙과 철학이 정해졌을 뿐 실행도구와 측정지표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이 국가의 경제 성장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것처럼 앞으로는 SDGs의 평가지표가 국가 발전의 척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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