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가 꿈꾼 ‘아프리카 자립’ 한국의 힘으로 이루게 하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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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1 면

“한국이 아프리카인의 자립을 위해 공업단지를 조성해 주면 좋겠다.”


2011년 11월 넬슨 만델라(1918~ 2013)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고향 쿠누의 자택으로 찾아온 한국 기업인에게 한 말이다. 단순한 투자 권유가 아니었다.


“과거 50년간 구호활동 명분의 원조형 지원은 아프리카인의 영혼을 빼앗고 자립의지를 훼손시켰다. 아프리카에 필요한 건 단순 원조가 아니다. 자립정신을 키워 주고 스스로 필요로 하는 걸 생산토록 하는 거다.”


이 말을 들은 이는 박광기(현 부사장) 당시 삼성전자 아프리카 총괄. 그는 삼성의 쿠누 지역 교회 신축·기증으로 만델라와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4년, 만델라의 꿈이 한국에서 틀을 갖추고 있다. 그것도 한국과 유엔의 꿈까지 보태면서. 이른바 ‘범아프리카 한국형 산업단지 구축 프로젝트’(이하 아프리카 공단)다. 정부·유엔의 지원 아래 한국의 30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2030년까지 아프리카 빈곤국에 공단 30개를 세우자는 것이다. 현지에선 기아 퇴치와 지역 개발을, 한국에선 기술인력 파견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내겠다는 구상이다. 새마을운동의 원리도 접목된다.

현재 아프리카 주재 경험이 있는 국내 대기업의 전·현직 임원, 개발협력·도시계획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2013년 8월 ‘아프리카 기아퇴치연구단’을 만든 데 이어 올 6월엔 프로젝트를 주도할 뉴패러다임미래연구소를 열었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도 지원하고 나섰다. SDSN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의 차별화된 경제 개발 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해 기아 퇴치는 물론 자립의 기초를 조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며 “국제사회가 지원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1차 목표는 25~27일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할 예정인 ‘2030 지속가능발전 어젠다’의 세부 시행사업으로 선정되는 것이다. 2030 어젠다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지구촌이 힘을 합해 빈곤 근절, 국가 간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 경제 발전 등을 이뤄 내자는 국제협력계획이다. 정상회의엔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대거 참석한다. 양수길(전 OECD 대사) 한국SDSN 대표는 이 사업에 대해 “2030어젠다에 대한 국가적 대응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정부와 유엔이 돕고 대·중소기업이 손잡으면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성공하면 공단당 3만 명, 30개 공단에서 90만~100만 명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광기 부사장은 “전체의 30%를 국내에서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대 30만 개의 해외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베이비부머 명퇴자, 청년 실업자가 고용 대상이다. 한상백 경희대 취업진로지원처 팀장은 “근무환경·급여가 적절하면 일자리 갈증을 해결하는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 대표는 “지속가능발전 추진체제를 정비하고 아프리카 공단사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관계기사 6~7면


염태정·김경미 기자?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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