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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남한강으로 발길 돌린 유홍준 … 이 땅을 새로 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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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남한강편
유홍준 지음, 창비
452쪽, 1만8000원

1993년 이 시리즈의 첫 권이 나와 답사 붐을 일으킨 게 벌써 20여 년 전이다. 남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이번 여정은 저자의 관록에 더해 한층 여유로워진 면모가 드러난다. 때로는 인물에, 때로는 유적 발굴과정에, 또 사라져가는 풍경이나 『남한강』의 시인 신경림의 시에 자유로이 초점을 맞춰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불러내는 정서 역시 다채롭다. 애잔함에 젖을 때도 있지만,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비두리 귀부(龜趺)’가 한 예다. 비석을 받친 거북이는 대개 정면을 보게 마련인데, 남한강변 비두리 마을의 이 거북이는 고개를 뒤로 향했다. 제 등에 뭐가 있는 지 보려는 듯한 그 모습이 미소를 안긴다.

 가장 큰 매력은 미술사학자로서 저자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게 아니란 점이다. 동반자들과 주고 받은 문답, 무심결에 터져나온 반응, 예정된 길을 벗어났다 발견한 뜻밖의 소득 등 누적된 감성과 경험이 고루 등장한다. 소파에 누워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함께 길을 나선 기분이 든다. 이를 저자는 ‘와유’(臥遊)라 부른다. 옛 중국의 화가가 나이들어 산에 오르기 힘들자 산수화를 그려 누워서 감상한 데서 나온 말이란다. 책에는 여정 곳곳의 옛 풍경을 그린 옛 그림도 여럿 실려있다.

 물론 금상첨화는 직접 답사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실은 남한강이란 테마부터 저자의 관록이 묻어난다. 행정구역으론 강원도·충청도·경기도, 역사로는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을 넘나드는 여정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온달산성·배론성지 등은 물론이고 호젓한 폐사지까지 갈 만한 곳, 볼 만한 것이 참 많다. 말미에 외국인 손님을 위한 하루짜리 코스도 실려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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