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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만루포 홍성흔 "병살만 치지 말라고 생각하셨죠?"

중앙일보

입력

'딱' 소리와 함께 롯데 우익수 손아섭이 열심히 담장을 향해 질주했다. 그러나 공은 손아섭이 쭉 뻗은 글러브를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갔다. 만루홈런. 프로야구 두산이 최선참 홍성흔(38)의 그랜드슬램을 앞세워 2연패에서 벗어났다.

두산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13-0으로 이겼다. 이틀 연속 롯데에 패했던 두산은 설욕에 성공하며 이날 경기가 없었던 3위 넥센을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선발 송승준이 3이닝 6실점하고 조기 강판된 롯데는 2연승을 마감했다. 두산 선발 이현호는 데뷔 후 최다인 7과3분의2이닝을 던지면서 4피안타·1볼넷·7탈삼진 무실점해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3승.

두산은 1회 말 선제점을 뽑았다. 정수빈의 2루타와 민병헌의 볼넷에 이어 김현수가 2루수 땅볼로 3루에 있던 정수빈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2회에도 오재원의 볼넷과 최주환의 안타, 송승준의 폭투 2개를 묶어 추가점을 뽑았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홍성흔의 홈런이었다. 홍성흔은 민병헌·김현수의 연속 안타와 오재원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우측 펜스를 살짝 넘는 홈런을 때렸다. 홍성흔의 개인 통산 8번째 만루홈런. 롯데 시절인 2012년 8월 21일 대구 삼성전 이후 1121일만에 기록한 만루포이자 두산의 시즌 첫 만루홈런이기도 했다. 홍성흔은 홈런 뒤 안타 3개(2루타 2개)를 추가했다. 5타수 4안타 5타점. 두산은 선발 이현호의 *이닝 *실점 호투까지 나오면서 손쉬운 승리를 챙겼다.

2013년 친정팀 두산으로 돌아온 홍성흔은 2년간 타율 0.307, 35홈런·154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타격만으로 따지면 팀 내에서 김현수·민병헌과 함께 가장 뛰어났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홍성흔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6월까지 2할대 초반 타율을 기록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8월부터 홍성흔의 타격감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8월 이후 성적은 타율 0.318(66타수 21안타), 3홈런·12타점.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선참인 홍성흔이 홈런을 쳐 경기를 잘 풀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성흔과의 1문1답.

-만루에서 어떤 생각을 했나.
"아마 병살만 치지 말라고 팬들이 생각하셨을 거다. 내 스윙을 하자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돌렸다. 운좋게 넘어갔다."

-밀어서 담장을 넘겼다.
"바람 덕분에 넘어간 것 같다. 초구부터 풀스윙했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 타격코치님이 나한테는 몸쪽 공 아니면 변화구로 승부할 거라고 조언해줘 변화구를 노렸다. 초구도 슬라이더였고 2구도 커브였다. 경기 전 감독님이 '정확하게 치려고 쭈그려서 치니까 더 안 맞는 것 같다. 배트 헤드를 이용해 과감히 스윙하라'고 하셨서 자신있게 돌렸다. 오늘은 모든 타석에서 힘껏 스윙했다. 예전에 좋은 타격을 할 때도 생각해보면 늘 풀스윙이었다. 그 동안 폼도 많이 바꿨다. 생각이 많아서였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풀스윙했다."

-그 동안 부진해서 선수들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한 명 벤치에 있는데 선수들이 '잘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많이 하더라. 나도 잘 하고 싶었다. 요즘 강동우 코치가 내 전담으로 체력 훈련을 많이 시켜준다. '뛰는 걸 싫어하면 은퇴할 때가 된 것'이라고 하더라. 외야 펑고도 쳐주고 인터벌 트레이닝도 도와줬다. '자기가 은퇴해봐서 안다'며 맨투맨 훈련을 시켜줬다. 고맙다."

-김태형 감독은 더그아웃의 리더 역할을 기대했다.
"야구가 잘 되야 리더가 되는 것이다. 야구가 안 되면 리더십이 생기지 않는다."

-홈런, 2루타, 단타를 쳤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2루타였다. 사이클링 히트를 위한 3루타를 기대하지 않았나.
"벤치에서는 (점수 차가 있으니)3루타를 위해 무리해도 좋다는 사인을 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다."

-최근 두 달 타율이 3할대다.
"올 시즌 들어 오늘 경기에서 타격감이 제일 좋았다. 내가 돌리는 대로 맞았다. 개운했다. '최악을 이겨내지 못하면 최고를 맛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나를 계속 기용하는 바람에 감독, 코치님들이 욕 많이 먹은 걸 알고 있다.(웃음) 기대에 부응하고, 팀에 보탬이 되겠다."

잠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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