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이에게 용기를” 법왕사 실상 스님 30번째 백고좌 법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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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9일부터 ‘백고좌(百高座) 법회’를 열고 있는 실상(57·사진) 법왕사 주지 스님은 “종교를 떠나 많은 시민들이 법회를 통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법왕사가 1994년 처음 연 백고좌 법회가 21년 만에 30회를 맞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세 차례 300일간 법회를 열어 불교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12월 17일까지 100일간 계속된다. 중앙승가대 교수인 보각 스님과 쌍계사 승가대학장인 반산 스님 등이 설법을 맡았다. 백고좌 법회는 고승 100명을 초청해 매일 여는 법회로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는 행사다.

 실상 스님이 백고좌 법회를 마련한 것은 전통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소중한 불교 의식을 되살리는 게 부처님의 뜻을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초기엔 매일 1000여 명의 신도가 몰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오랫동안 행사가 이어지면서 열기가 다소 식었다. 그래서 법회의 성격을 바꿨다. 어려운 법문도 있지만 시민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도 많이 다룬다. 불교 음악·불화 등 다양한 분야에 능통한 스님들을 법사로 위촉한다.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겠다는 취지다.

 실상 스님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사회의 병폐를 고치는 일에 종교인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종교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종교라도 괜찮습니다. 믿음을 가지면 삶이 달라지고, 그만큼 사회 문제도 줄어들겠지요.” 실상 스님은 “백고좌 법회가 시민들에게 올바른 삶의 길을 제시하는 의미있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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