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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처분 소년에게 따뜻한 밥 한끼 … 청소년 회복센터 돕는 부산 음식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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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시 부산진구에 있는 ‘틴스토리’는 법원에서 보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의 쉼터다. 학교를 그만두거나 잠시 학업을 중단한 보호소년들은 이곳에 수시로 들러 식사를 해결한다. 부모의 이혼 등 가정 해체로 보호자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다. 센터가 감당해야 할 식비는 만만찮다. 틴스토리의 경우 보통 하루 식비로 5만~10만원이 든다. 한 달에 약 200만원, 1년에 20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보호소년의 학교 복귀와 식사 지원을 담당하는 이런 단체를 ‘사법형 그룹홈’ 또는 ‘청소년 회복센터’라 부른다. 정부 기관이 법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없어 주변의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박용성 틴스토리 사무총장은 “후원금으로 매달 식비를 마련하기도 빠듯하다”며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보호소년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청소년 회복센터를 위해 부산 지역 24개 음식점 대표들이 뭉쳤다. “보호소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자”며 ‘동심밥심’이라는 후원회를 결성한 것이다.

 식당 주인들이 보호소년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사연은 이렇다. 금정구 부곡동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김은석(44)씨는 지난 7월 우연히 부산가정법원 소년재판부를 찾았다가 청소년 회복센터 운영자들이 식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보호소년과 청소년 회복센터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식사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같은 식당업을 하는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달에는 전판현(55) 행운식품 대표가 동참했다. 김씨의 소개로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를 만난 그는 “청소년 회복센터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 줄 몰랐다”며 후원회 회장직도 선뜻 맡았다.

 음식점 대표들은 후원회 이름을 ‘동심밥심’으로 지었다. ‘아이(동)들의 힘(심)은 밥의 힘(심)’이라는 뜻을 담았다. 15일 발대식을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후원회원은 대부분 부산에서 국밥집·중국집·고깃집 등을 운영한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이들은 음식점 한 곳당 한 달에 4회씩 보호소년들을 식당에 초대해 식사를 제공하고 격려하기로 했다.

 청소년 회복센터는 부산 6곳, 경남 6곳, 울산 1곳, 대전 1곳 등 전국에 총 14곳이 있다. 부산에만 보호소년이 3000여 명에 달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종교단체나 개인의 후원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실정이다. 부산의 한 센터는 매년 부산시교육청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예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원회의 ‘식사 기부’는 큰 도움이 된다고 센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판현 동심밥심 후원회장은 “가정이 해체된 청소년들은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기 힘들다”며 “따뜻한 식사 한 끼가 보호소년과 센터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인석 부산가정법원장은 이날 후원회 회원들을 법원에 초청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최 법원장은 “각계각층의 선한 손길이 더 모아져 보호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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