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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재킷 입고 세계 1위” 유럽 휩쓴 안병훈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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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다음달 인천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대표로 뽑히지 못한 데 대해 “최근에 보여준 게 없다.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사진 골프파일]
탁구 스타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인 프로골퍼 안병훈. [사진 골프파일]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인지 승부욕과 목표가 남달랐다. ‘한·중 핑퐁커플’ 안재형(50)과 자오즈민(52)의 아들인 프로골퍼 안병훈(24) 말이다.

 한국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56위)이 가장 높은 안병훈은 17일부터 인천 베어즈 베스트 청라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31회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다음달 8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프레지던츠컵(미국 팀과 인터내셔널 팀 대결)까지 뛰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는 단장 추천선수로도 뽑히지 못했다. 대신 군 입대를 앞둔 배상문(29·캘러웨이·84위)이 추천선수로 선발됐다. 인터내셔널 팀 랭킹 12위(10위까지 자력 출전)였던 안병훈은 “지난 5월 BMW챔피언십 우승 이후 보여준 게 없다. 그래서 대표 탈락을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고 털어놓았다. 안병훈은 2012년 발렌타인 챔피언십 출전 이후 3년 5개월 만에 국내 팬들 앞에 다시 선다.

 유러피언 투어 메이저 대회인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안병훈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났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10년간 안병훈의 캐디백을 멨던 아버지 안재형 씨는 “승부욕은 부모보다 더 강하다. 2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이라는 시선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병훈은 “골프와 탁구는 엄연히 다른 종목이다. 부모님과 나를 비교하는 건 당연하지만 부모님을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다. 엄마와 아빠는 뛰어넘어야 할 산이 아니라 언제나 변치 않는 나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한국어와 중국어·영어에 능통한 안병훈은 “아버지와 있을 땐 한국어, 어머니와 얘기할 땐 중국어로 대화한다. 대회 때는 영어로 공식 인터뷰를 한 뒤 한국어와 중국어로 별도로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키 1m87㎝, 몸무게 87㎏인 안병훈은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를 앞세워 유러피언투어 톱 랭커로 자리잡았다. 그는 “오랜만에 한국 팬들 앞에 서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 앞으로 유러피언투어 7, 8개 대회에 더 나갈 계획이다. 레이스 투 두바이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탁구 스타인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인지 안병훈은 손 감각이 좋다. 어렸을 때 탁구에서도 재능을 드러냈다. 하지만 발이 느려서 선수가 되는 건 포기했다. 골프에서도 손 감각이 중요하다. 그는 “골프를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내 신체조건에 적합한 운동이기 때문”이라며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선 여전히 들쭉날쭉한 퍼트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털어놓았다. JTBC골프가 대회 1~2라운드를 낮 12시, 3~4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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