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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의 경제에 줄잇는 파업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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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음주부터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된다. 철도노조와 대구.인천.부산 지하철노조(24일), 조흥은행 노조(25일), 한국노총 산하 전 조직(30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1백40여개 사업장(7월 2일) 등의 파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각 사업장에서는 줄이은 파업이 예고돼 있으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올해 하투는 개별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보다는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주5일 근무제.구조조정.노조 경영참여 등 정부정책과 연결된 쟁점이 많다는 점에서 양상이 예년과 다르다. 따라서 노와 사의 교섭만으로는 풀기 어려워 개별 노조에서는 정부가 나서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노사분규에 직접 개입치 말고,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새 정부가 그간 친노조 성향으로 노사분규에 직접 개입해 노동계의 기대수준을 높임으로써 분규가 강경투쟁 일변도로 나가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의 경우만 보더라도 청와대가 공연히 개입함으로써 노조가 전 직원의 사표를 청와대에 제출하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노총도 덩달아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두산 중공업.철도 파업,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을 잘못 처리한 정부의 업보라 할 수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뒤늦게나마 조흥은행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민.형사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강도높게 대응키로 한 것은 노동정책이 중심을 잡아가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노조도 집권세력의 친노(親勞)성향을 무기삼아 우리 경제는 생각지 않고 집단이기주의로 억지주장을 하는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

이번 하투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해외의 투자가들도 비상한 관심 속에서 주시하고 있어 경제회생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은 소모적 노사관계가 경제회생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