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에게 막말하던 트럼프, 결국 미스유니버스 매각

중앙일보

입력

2012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스 유니버스로 뽑힌 올리버 컬포의 뺨에 키스하는 모습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WME-IMG에 매각했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13년 동안 미국 지상파 방송사인 NBC와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공동 소유하고 운영해 왔다. 조직위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비롯해 미스 USA, 미스 10대 USA 대회도 함께 운영하는 회사다. 조직위의 주인이 바뀐 건 트럼프가 지난 6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강간범으로 비하한 ‘막말 발언’ 때문이다.

NBC는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와의 모든 ‘비즈니스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조직위 지분도 트럼프에게 모두 팔았다. NBC는 조직위가 진행하는 미인대회 중계방송을 중단키로 했고, 유명 리얼리티프로그램인 ‘셀러브리티 어프렌티스(유명인 견습생)’에서도 트럼프를 퇴출했다.

미국 최대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도 트럼프의 발언을 문제 삼아 올해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는 유니비전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5억 달러(약 59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조직위를 인수한 WME-IMG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매니지먼트 기업이다. 유명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으며 미국 뉴욕·독일 베를린·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패션위크, 미국 록페스티벌인 롤라팔루자 등을 개최한다.

WME-IMG가 조직위를 얼마에 인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재산공개를 통해 500만~2500만 달러(약 60억~3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내가 처음 인수했을 때 조직위는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었지만 지금 매우 성공적인 단체로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미인대회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을 보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방송사들의 잇단 중계 취소로 올해 미스 USA대회는 케이블채널인 릴즈를 통해 중계됐다. 지난해 5600만명이 대회를 시청했지만 올해에는 시청자가 92만5000명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릴즈는 “올해 한 번만 미스 USA대회를 중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내년부터는 지상파 방송자의 중계가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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