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장인의 손길 140번 거쳐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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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평범함에서 멋을 찾는 ‘놈코어룩’이 인기를 끌면서 여성 구두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에 굽이 높은 하이힐보다 굽이 낮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매니시 슈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 다소 투박해 보이는 매니시 슈즈를 구두 장인이 직접 천연가죽으로 만들어 고급스러움과 착화감을 높인 구두 브랜드가 있어 눈길을 끈다. 독일 구두 브랜드 가버(Gabor)다. 신세계 강남점에 새롭게 문을 연 매장을 찾아 가을 구두 트렌드부터 가버 신발만의 특징을 살펴봤다.

신세계 강남점에 새롭게 매장을 연 구두 브랜드 가버가 아웃솔이 기존보다 3㎝ 두꺼운 여성 구두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매니시 슈즈는 말 그대로 남성적인 매력을 여성다운 감각으로 표현한 구두를 말한다. 현란한 디자인과 강렬한 패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오히려 구두의 투박한 디자인 그 자체가 멋이 된다. 남성다움과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표출할 수 있어 어떤 의상과 매치하느냐에 따라 모던함과 클래식한 세련미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매니시 슈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최근 매니시한 디자인뿐 아니라 하루 종일 구두를 신어도 편안한 여성 구두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가버다. 독일, 핀란드 등 유럽 등지에서 패션 컴포트 슈즈 업계의 매출 1위인 가버는 패션적인 감각과 장시간 외부 활동에도 발이 편안해야 하는 정치계와 유명인사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브랜드다.

무두질한 소가죽, 천연원료 염색

가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품질이 낮아진 쇠 구두 틀이 아닌 잘 무두질된 가죽 파이프를 이용해 구두를 만든 독일 공방에서 시작됐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버 구두 가죽은 이탈리아의 무두질 공장에서 조달된다. 각 가죽 조각의 재단과 바느질 작업은 모두 구두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구두 한 켤레를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가죽공정 과정만 140회 이상이다. 특히 장시간 신거나 땀에 젖어도 맞닿는 피부에 문제가 없도록 가죽, 안감, 지퍼 등 모든 부품을 친환경 테스트를 거친다. 나무와 꽃 등 천연 원료에서 추출한 물질로 가죽을 염색했다.

 분리형 깔창인 옵티핏(OPTIFIT)은 가버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옵티핏은 걸을 때 공기가 순환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이 있다. 이는 구두의 통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걸을 때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식석상에 가버 신발을 자주 신고 나온 대표적인 단골 고객이다. 루프트한자와 핀에어 등 글로벌 항공사 승무원의 공식 슈즈이기도 하다. 두터운 매니어층 소비자를 지닌 가버 구두는 올해 아웃솔이 기존보다 두꺼운 디자인, 슬립온 구두 등 매니시 디자인의 새로운 구두를 선보였다.

 독일 가버 디자이너는 “여성 구두에서 나이와 성별에 따른 경계는 사라졌다”며 “남성 구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투박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요소가 여성 구두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버의 매니시 슈즈 중 인기 있는 구두로는 소가죽을 뱀 가죽 패턴으로 무두질한 디자인의 첼시부츠다. 19세기 승마용으로 즐겨 신던 부츠가 현대적으로 변형된 것으로 가버의 첼시부츠는 매 시즌 한국, 유럽 전역에서 완판돼 유명해졌다. 가버 신세계 강남점 하인호 매니저는 “첼시부츠는 정장과 캐주얼 어디에도 어울리는 부츠”라고 설명했다.

가버 첼시부츠

첼시부츠· 페이던트 슈즈 인기

구두를 지지하는 아웃솔을 기존보다 3cm 더 두꺼운 러버솔(고무로 된 밑창)을 덧댄 반짝이는 가죽 소재인 페이던트 슈즈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버 페이던트 슈즈는 러버솔 두께가 일정한 다른 브랜드 구두와 달리 앞에서 뒤로 갈수록 러버솔이 두꺼워지도록 디자인해 아웃솔 두께감에 비해 둔탁해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매년 30%의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는 가버가 지난 9월 신세계 강남점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따뜻한 분위기의 라운지형으로 설계됐다. 다양한 구두 라인 중 매니시 슈즈를 진열해 놓은 테이블을 매장 한가운데 배치해 한눈에 원하는 구두 디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하 매니저는 “독일 본사의 글로벌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일대일 맞춤 응대가 가능하도록 매장이 꾸며졌다”며 “고객이 신발을 미리 신을 수 있는 소파가 밖에서 보이지 않아 편안하게 신발을 착용해 보고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버 신세계 강남점 오픈 행사

독일 구두 브랜드 가버가 신세계 강남점을 새롭게 문을 열며 고객 행사를 진행한다. 위 기사를 촬영한 후 매장에 방문한 모든 고객에게는 독일 슈즈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로 꾸며진 클리어 파일을 소진 시까지 나눠준다. 또 20만원 이상 상품을 구매한 고객 전원에게는 구두를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프리미엄 슈즈 케어 키트(Premium Shoes Care Kit)(작은 사진)를 제공한다.  
문의 02-3479-1864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 신동연 객원기자, 가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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