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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개구쟁이 정지용, 씩씩한 윤동주 … 동시의 빛나는 유산 다 모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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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엄마야 누나야
(겨레아동문학선집 9권)
김소월 외 지음, 보리, 178쪽, 7500원

만약 누군가 동시집을 한 권만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이 책이나 시리즈의 10권 『귀뚜라미와 나와』를 소개해주겠다. 이 두 권의 선집에는 80여 명 시인들이 1950년 이전 발표한 동시 180여 편이 담겨있으니, 우리 동시의 빛나는 유산을 만나며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어린이도서연구회, 교육문예창작회의 교사·학부모· 연구자 모임으로 시작된 겨레아동문학연구회는 옛날 신문·잡지·단행본에서 작품들을 발굴해 1999년 총 10권의 아동문학 선집을 냈다. 그중 9권과 10권이 동시집이다.

  이 책에서는 윤석중·이원수·권태응·윤복진 등 대표 동시인뿐 아니라 정지용·윤동주 등 시인이 창작한 동시도 맛볼 수 있다.

 “바람./바람./바람.//늬는 내 귀가 좋으냐?/늬는 내 코가 좋으냐?/늬는 내 손이 좋으냐?//내사 왼통 빨개졌네.//내사 아므치도 않다./호 호 칩어라 구보로!”(정지용, ‘바람’)

 “넣을 것 없어/걱정이던/호주머니는,//겨울만 되면/주먹 두 개 갑북갑북.//”(윤동주, ‘호주머니’)

 유명한 시인들의 동시를 읽다 보면 이렇듯 개구쟁이 정지용과 씩씩한 윤동주를 만날 수 있는 의외의 기쁨을 덤으로 얻게 된다. 김소월·주요한·백석·노천명의 시 중 어린이가 읽기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시도 수록하고 있어 동시란 무엇이며 시와 어떻게 구분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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