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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이 능사는 아니다' 야당 의원의 국감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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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때가 되면 무더기로 증인을 채택하는 건 고쳐지지않는 국회의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이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의원들도 적지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재선·인천 부평을) 의원이 대표적이다.

피감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 관계자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불려오는 산자위 소속이지만 그는 지난해 단 한 명의 증인도 신청하지 않았다. 올해 그가 부른 증인은 3명. "올해도 증인을 신청하지 않으려 했지만 해외자원외교 진상규명특위의 야당 간사를 맡았기 때문에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 관계자 2명과 민간기업 직원 1명을 불렀다"고 홍 의원측은 설명했다.

홍 의원이 증인 대신 찾아낸 대안은 '피감기관 직원들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다. 지난해 산업위원회 산하 피감기관 60곳의 직원 65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의 인사나 채용 비리, 공금의 사적 유용 등에 대한 제보 등이 쏟아졌다고 한다. 예컨대 특허청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본부장이 실제 연구수행자가 아닌데도 10여개 과제 책임자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고, 책임자에게 발급되는 법인카드를 모두 들고 다니며 연구기금을 독점했다"고 고발했다.

홍 의원은 이 제보를 바탕으로 국감에서 문제 제기를 했고, 결국 특허청이 해당 기관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 결과 제보자의 고발이 사실로 드러나 특허청은 해당기관에 대한 연구환경 개선안을 발표했다. 홍 의원실의 피감기관 설문조사는 올해도 이어진다. 8일까지 모두 4000명이 설문에 응했다.

홍 의원은 "국감이 열리기 전 현장에서 정책 제안이나 제보를 받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의외로 성과가 컸다"며 "굳이 증인을 부르지 않고도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를 더 충실하게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산업위 소속 의원이 30명이어서 7분씩만 발언해도 하루가 다 지나간다. 그 짧은 시간에 증인에게서 뭔가를 끌어내려다 보면 오히려 부실한 국감이 될 수 있다","설문조사를 통해 제보를 확보하면 따로 사실확인을 거칠 필요가 없으니 증인을 부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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