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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일본의 항의에 “유엔은 중립보다 공정·공평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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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현지시간) “유엔은 중립적인 기구(neutral body)가 아니라 공정한 기구(impartial body)”라며 전날 자신이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데 대해 항의하는 일본에 정면 반박했다.

반 총장은 이날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이 중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지만, 이들의 역할은 공정·공평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어떤 끔찍한 잘못을 보게 된다면 그것을 비판해야 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사무총장으로서 나의 직책이 요구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열병식 참석 외빈 명단에 반 총장의 이름이 포함됐을 때부터 “유엔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특정 과거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해왔다. 집권 자민당은 3일 “반 총장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항의하는 문서를 보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천안문(天安門) 성루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쪽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아 열병식을 관람했던 반 총장은 “나는 웅장한 이벤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와 국민의 잠재력과 세계 평화에 대한 약속을 범상치 않게 드러낸 것이다”라고 열병식을 평가했다. 또 “유엔은 끔찍한 잔혹 행위가 자행된 2차 대전 속에서 탄생한 기구”라며 “2차 대전에 대한 중국인의 공헌과 희생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이런 비극은 재발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역사를 흡수하는 경험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만약 역사를 직시하지 않을 경우 정확한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을 다시 찾게 된 가장 주요한 목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사무총장 재임 이래 9번째 중국을 방문한 반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중국어로 “중국에 다시 오게 돼 매우 기쁘다”는 인사를 전했다. 일본에 직격탄을 날린 반 총장의 이날 인터뷰는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의 주요 매체들이 톱기사로 보도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 네티즌들도 반 총장의 인터뷰 기사에 지지 댓글을 달며 환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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