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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김정은의 열병식 불참에도 북한 챙기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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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右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 중앙포토]

중국이 항일 전승 70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북한을 챙기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으로 인한 중국 외교의 한국 쏠림을 경계하고 남북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행보다.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의 월간지인 '금일의 조선' 9월호에 '역사는 잊을 수 없고 평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지난달 31일 주 북한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 글에서 리 대사는 김일성을 '중국의 친밀한 친구'로 표현했다.

리 대사는 "조선(북한)의 많은 지사가 잔혹한 일본 식민통치에 저항하기 위해 중국으로 와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특히 중국 인민의 친밀한 친구인 김일성 동지는 동북항일연군과 함께 동북지방에서 용감하게 일본에 저항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국 인민들은 이를 기억하고 있으며 양국 혁명 선열들의 생명과 피로 만들어진 조·중 우호를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대사는 이어 "김정은 제1비서 지도하에 북한 노동당은 강성국가 건설에 분투하고 있으며 경제와 민생 부문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 대사는 "항일전쟁 등에서 피로써 맺은 양국 우의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세대를 넘어 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새로운 국제정세 하에서 중국은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라는 방침(16자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며 북중 관계의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의 조선사회과학원과 중국의 옌볜(延邊)대는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일본 역사침략 국제학술대회' 열어 일본의 역사 반성 등을 촉구했다. 이 술 대회에는 북한의 김일성 대학과 김책 공과대학, 중국 옌볜대와 사회과학원 등 역사학자 70여 명이 참석해 일제의 침략 전쟁과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 등에 대해 토론하고 반성을 촉구했다.

주 북한 중국 대사관은 지난달 4일 북한 관리들과 주민들을 초청해 '중식의 날' 행사도 가졌다. 이 행사에서 리 대사는 "과거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 주석의 지시에 따라 중국의 요리사들이 북한에 와 김일성 당시 주석에게 2년 동안 중국 요리를 제공했다. 또 북한 요리사 130여 명에게 중국 요리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이는 양국이 음식 문화 교류를 통해 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철 조선 외교단 사업총국 부국장과 외무성과 조선요리협회 인사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과 북한이 인문 교류 분야에서도 유대를 강화하자는 메시지다.

이 밖에 주 북한 중국 대사관 측은 8월 한 달에만 1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북중 우호를 위한 행사를 열어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8월 한 달 동안 주 북한 중국 대사관이 한 각종 행사는 이전 7개월 우호 행사보다 많았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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