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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의 미장원 수다] "나는 음식 중독자였다"

중앙일보

입력

하면 할수록 살 찌는 다이어트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생각나는 당신.

남편(혹인 남친)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슬프다. 그래서 먹는다.
부장님은 왜 말을 저렇게 할까. 짜증난다. 그래서 먹는다.
난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질까. 너무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먹는다.
이번에 생각지도 않던 보너스가 나왔네. 아이 신나. 그래서 먹는다.

물론 이건 제 얘기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문제에 철벽 대응하는 남편(혹은 남친)과의 언쟁 후, 직장상사의 가시 돋친 말을 직격탄으로 맞은 후, 혹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일 때문에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는데 벌써 시계가 오후 9시를 가리키고 있는 사무실에서… . msg가 다량 함유된 라면이나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치킨이 생각나신 적 없나요?’

이런 경우가 스트레스 때문이라면 스트레스가 덜할 법한 늦은 퇴근 후나 집에 혼자 있는 공휴일 오후는 어떤가요. 이때도 ‘일요일은 내가 요리사’라는 짜장라면이나 달짝지근한 돼지갈비, 치즈가 도우 끝까지 꽉꽉 들어찬 피자가 생각나는 건, 저뿐만은 아니겠죠.

이렇게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감정상의 문제로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습관을 '음식 중독'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쌓여서, 기분이 좋아서, 왠지 모르게 우울해서 음식을 먹는거죠.

미국 심리학자 수잔 앨버스는 『음식 없이 나를 위로하는 50가지 방법』 이란 책에서 음식 중독을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소개했습니다. 다음 체크리스트 중 몇 개나 해당하는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음식 중독 체크리스트 - ‘나는 음식 중독인가’

□ 음식을 먹으면 괴로운 기분을 잊을 수 있다
□ 무언가를 씹거나 우적우적 먹으면 기분이 좋다.
□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자꾸 먹게 되고, 그러면 모든 걸 잊을 수 있다.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감정이 생기면 뭔가 먹고 싶어진다.
□ 아무리 먹어도 만족할 것 같지 않은데도 계속 먹는다.
□ 먹고 있는 동안은 안도감이 든다.
□ 입에서 맛있는 음식이 자꾸 당긴다.
□ 긴장을 풀고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 먹을 걸 찾지만,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은 찾을 수가 없다.(나도 그게 뭔지는 모른다)
□ 모든 감정을 배가 고픈 거라고 느낀다.(이러면 자기가 진짜로 어떤 기분인지 알기 어렵다)
□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거나 긴장했던 직후에는 뭔가를 먹는다.
□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고 싶으면 먹는다.
□ 따분함을 피하기 위해서 뭔가를 먹는다.
□ 잘 먹고 있는데도 늘 마음이 공허하다.
□ 필요해질지도 모를 때를 대비해 맛있는 음식을 사놓는다.
□ ‘내가 이걸 먹는 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기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먹는 행위와 감정을 연관 짓는다.
□ 가족 모임, 비즈니스 모임처럼 중요한 자리나 스트레스를 받는 행사에서 과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 음식을 먹을 경우, 먹고 나서 죄책감이 든다.

※자료: 『음식 없이 나를 위로하는 50가지 방법』 (수잔 앨버스, 전나무숲)

나를 위한 선물?

과연 위 체크리스트 중 몇 개에 해당되나요? 3개? 5개? 1개? 수잔 앨버스는 위 리스트 중 몇 개 이상이면 음식 중독, 몇 개 이하면 정상이라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횟수에 상관없이 정서적인 이유로 음식을 먹는 경우가 자신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많고 배가 부른데도 음식 먹기를 그만둘 수 없다면 음식 중독 증상이 있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위의 체크리스트 중 한 개만 해당하더라도 내 기억에 그렇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있다면 음식 중독을 의심해봐야한단 말입니다.

음식 중독이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쾌감때문입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윤대현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리 뇌 안에 쾌락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우리 뇌 안에 있는 쾌락 시스템이 좋아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쾌감이 바로 먹는 쾌감이랍니다. 윤 교수는 “요즘 인기있는 먹방도 내용은 가볍게 보이지만 사실은 보는 이의 가장 강력한 쾌감 요소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이미 걸려버린 음식 중독을 어떻게 해야하냐구요. 수잔 앨버스 박사는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하라”고 제안합니다. 먹는 것 외에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행위를 하라는 말입니만.... 이게 어디 쉬운가요. '우리도 다 알아요!'라고 그녀에게 외치고 싶습니다.

조금 더 쉬운 방법은 '배가 고플 때만 먹는다'는 원칙을 세워놓는 겁니다. 기분 좋아서, 짜증나서, 우울해서 같은 감정이 들 때 먹지말고 친구와 수다를 떤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하는 다른 방법을 쓰는 거죠. 물론 친구와 만난 자리에 '치맥'이 빠질 수 없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요.

강남통신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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