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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 63년 재위해 영국 최장수 군주 된다

중앙일보

입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사진 중앙포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역대 영국 군주 가운데 최장수 재위 기록을 세우게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기간은 내달 9일 오후 5시30분쯤 빅토리아 여왕의 2만3226일 16시간30분을 넘어서게 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은 1837년 6월 왕위에 올라 1901년 1월 세상을 뜰 때까지 63년 넘게 영국을 통치해 지금까지 가장 긴 재위 기간을 기록했다.

올해 89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52년 사망한 아버지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47년 필립 공과 결혼한 여왕은 찰스 왕세자와 앤 공주, 앤드루·에드워드 왕자 등 4명의 자녀를 뒀다.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가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의 흥망을 모두 겪은 통치자였다. 70년대 경기침체로 고전했고 북아일랜드 유혈사태를 겪기도 했다. 80년 짐바브웨를 시작으로 재위 기간 40개 이상의 식민지 국가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19살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왕위에 오른 뒤에도 ‘조용히 봉사하는’ 통치 스타일에 영국 국민들은 다시 존경과 사랑을 보냈다. 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으로 왕실의 인기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92년 왕실은 다시 위기를 맞는다. 찰스 왕세자와 앤드루 왕자가 파경을 맞고, 앤 공주는 이혼했다. 윈저궁엔 큰 화재가 발생했다. 여왕의 표현대로 ‘최악의 한 해’였다. 97년 다이애나가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스코틀랜드에서 가족끼리만 추모행사를 갖고 버킹엄궁에 조기(弔旗)를 달지 않아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치세 기간 부침에도 불구하고 여왕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주디스 로보섬 플리머스대 방문연구원은 “여왕은 영국 그 자체이며 여왕 없는 영국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왕의 새 전기를 쓴 더글러스 허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여왕의 ‘조용하지만 겸손한’ 통치 방식은 현대 군주의 전범(典範)이 됐다”고 말했다.

여왕은 현존하는 국가 원수 중 최고령이다. 재위 기간은 태국의 푸미폰 국왕(69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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