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육군훈련소에 갈 때 필요한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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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북한의 군사긴장 조치 이후 장병들의 전역연기, 예비군들의 복귀 움직임 등 2030세대들의 새로운 안보관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병무청이 31일 발간한 자원병역 이행자들의 수기집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5'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해외 영주권을 가지고 있거나, 질병등의 이유로 병역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자진해서 입대한 뒤 스스로 떳떳해 졌다고 입을 모은다.

영주권 병사 부문 최우수상에는 이우현 상병의 '이륙과 착륙 사이에 서다'가 선정됐다. 홍콩과 영국 등에서 15년 이상 생활했던 이 상병은 막연하게 군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중화권 문화에 익숙한 필자에게 대한민국 군 입대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한국이 뿌리라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복무를 마치고 싶어 입대를 결정했다"며 "친동생과 같이 같은 날짜, 같은 훈련소에 입대하여 진한 형제애를 느끼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조직생활에 잘 융화되고 군 생활을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대견함을 느꼈다"며 "문득 부대 위로 떠오른 비행기를 보면서, 군 복무는 새로운 땅으로의 이륙인 동시에 익숙한 땅으로의 착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나'의 의미를 일깨워준 국방의 의무에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불을 끈다는 뜻의 '소등'(消燈)이란 의미를 몰라 훈련소 첫날밤을 지새웠던 천이준씨 역시 뉴욕에서 자진해 입대한 경우다. 그는 "영주권을 취득해 한국의 군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어느 날, 절친 두 명의 자원입대 결정에 마음이 동요되어 인터넷으로 영주권자 자원입대 신청을 하게 됐다"며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고, 대한 건아의 이름으로 태극기를 뜨겁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던 마음에 입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첫날밤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던 필자가 육군훈련소에서 처음 보는 55명의 남자들과 어깨를 맞대 누웠던, 생의 가장 혼란스런 밤이었다"며 "21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지금의 눈으로 돌아보니 ‘아무나 가는 군대’가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나라 지키는 일’을 해 낸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질병을 치유한 뒤 군에 입대한 최성원 상병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 상병은 "평발 때문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은 모두 군대에 간다. 나도 대한민국 남자다. 한번 사는 인생 군대 한번은 다녀오자'라는 각오로 평발을 보정으로 치유한 후 운전병으로 지원했다"며 입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겁먹지 마라. 너희도 할 수 있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당부했다.

병무청은 수기집 2000부를 제작해 재외공관과 대학도서관 등에 배포해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의미를 전할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5 수기집으로 자원 병역이행 병사들의 자긍심이 높아지길 바란다"며 "병역을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병영생활에 대한 소중한 지침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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