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박 나포 논의한 마드리드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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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확산 방지 구상(PSI)'의 실천안 마련을 위한 첫 실무회의가 지난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비공개리에 열렸다. 회의는 끝났지만 회의 결과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PSI 계획을 밝힌 이후 열린 첫번째 관련 국제회의다. PSI는 북한과 이란 등을 겨냥한 것이다.

회의에는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을 비롯, 일본.호주.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갈.폴란드 등 11개국의 군축 관련 실무국장급 관리들이 참석했다. 주제는 생물.화학 또는 핵무기, 미사일 부품 등을 실은 선박을 공해상에서 나포하는 방안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특별조치가 채택되진 않았으나 대량살상무기를 싣고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이나 항공기를 나포할 경우 발생하는 정치.기술적 문제를 장시간에 걸쳐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회의는 미국 요청으로 긴급 소집됐으며 북한의 미사일과 마약 수출을 차단하는 게 주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말 인도양에서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실은 북한 화물선을 스페인 해군의 도움을 얻어 나포했으나 국제법적 근거가 없어 풀어줘야 했다.

이런 움직임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대화못지 않게 압력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마드리드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번 회의가 열리는 장소도 몰랐으며 주최측도 일절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드리드=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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