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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더 중요한 공명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2대국회를 향한 선거전이 바야흐로 각지역구별로 열을 뿜고 있다. 2월12일로 확정된 선거일정은 17일 정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오는 23일 공고되지만 선거전은 벌써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가 지난 4년간의 치적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것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현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인을 묻는 뜻을 가졌을뿐 아니라 88년의 평화적 정권교체와도 직결된다.
집권민정당이 92개 지역구에서 전원 1등당선을 시키고 유효투표의 38%득표를 목표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것은 12대총선이 지닌 이같은 뜻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수 있다.
현싯점에서 우리의 관심은 새국회에서의 의석분포에 앞서 선거가 얼마나 공명하게 치러질 것인가에 모아진다.
정당이나 입후보자들이 당선을 위해 온힘을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과정이 결과보다 훨씬 중요한것은 상식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룰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선거에서 공명성은 바로 생명과 같은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치고 공명선거를 다짐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때면 으례 관권개입, 흑색선전, 모략·모함같은 선거분위기를 흐리는 행태가 무성했을뿐 아니라 원천적인 부정행위가 저질러진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번 선거만은 제발 그런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되겠다. 앞서 지적한대로 12대총선이 지닌 의미는 매우 중대하다.
여당의 입장에서건 야당의 입장에서건 향후 3년이 이나라의 정치적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 시기라는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의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총선이 지닌 뜻이 크면 클수록 공명선거에 대한 요청 또한 절실한것이 아닐수 없다. 선거가 문자 그대로 공명하게 치러진다면 회한과 오욕으로 점철된 이나라 헌정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의 신뢰에 흠이 갈뿐 아니라 진징한 정치안정의 확보 또한 먼 홋날의 일로 밀리고 말것이라는데 뜻있는 사람들의 견해는 일치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없이 공명선거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요건이다. 공명선거가 이루어진다고 민주주의가 모두 성취되는것은 아니지만 공명선거 없는 민주주의는 내용이 없는 허울에 불과한 것이다.
공명선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없이는 불가능하다. 내무부는 지방행정의 중립을 표방하면서 선거사범전담반을 설치했고 검찰은 15일 공안검사회의를 소집, 선거사범의 엄중단속을 다짐했다.
공명선거가 이룩되려면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각성이 앞서야한다. 압력에 흔들리거나 돈 몇닢, 막걸리 몇잔에 주권을 팔아 넘긴다면 공명선거의 확보는 요원한 얘기가 되고만다.
후진국일수록 정치권력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마련이다. 나 하나쯤이야 생각하고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거나 외부의 힘에 눌려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지못한다면 이나라의 장래는 암담한것이 된다.
정당으로서는 낸 후보를 모두 상선시키는게 바람이겠지만 무리는 절대금물이다. 모든 후보자에게 절실히 요구되는것은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다. 입으로는 공명을 외치면서 딴짓을 하는 풍토속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수 없음은 자명하다.
최선을 다해 싸우되 패배를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야말로 이나라 정치인들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덕목이라고 믿는다.
당국 또한 이현령 비현령식 법규적용으로 유권자의 빈축을 사지말고 다짐한대로 공정한 자세로 이번선거를 관리해주길 당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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