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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과 시비붙은 부부 6년 법정 공방 끝에 무죄

중앙일보

입력

음주 단속 과정에서 경찰관과 시비가 붙어 공무집행방해와 위증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온 부부가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구창모)는 25일 음주 단속을 하는 경찰관의 팔을 비틀고 넘어뜨려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검사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발언을 한 혐의(위증)로 기소된 박모(53)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선 1심 재판부는 박씨가 거짓말을 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 한 바 있다.

충북 충주에 사는 박씨는 2009년 6월 27일 오후 11시쯤 아내 최모(51)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경찰의 음주단속을 받게 됐다. 술에 취한 박씨는 차 밖으로 나와 경찰관 박모 경사와 언성을 높이며 시비가 붙었다. 하지만 박 경사가 팔이 뒤로 꺾인 자세를 취하며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듯 넘어지는 자세가 됐다. 이 장면은 동료 경찰관의 캠코더에 찍혔다.

박씨는 재판에서 “경찰이 내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과 법원은 박 경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011년 박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 최씨는 “남편이 경찰관의 손을 비튼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2012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박씨는 아내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또 다시 자신의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박씨 역시 위증 혐의로 기소돼 2012년 4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폭행 동영상과 경찰의 진술 등을 볼 때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되고 이를 부인한 법정 진술은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씨의 위증 재판 항소심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변호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질 개선을 요구한 사건 동영상에서 박씨가 팔을 꺾지 않았다고 증명한 것이다. 변호인 측은 “박 경사가 팔이 꺾여 쓰러질 듯 상체를 숙이는 장면에서 박씨가 허리를 편 채 다른 경찰을 보는 자세였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 경사의 팔을 잡아 비틀거나 한 일이 없음에도 박 경사가 폭행을 당한 것인 양 행동한 것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판시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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