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횡령’ 서남대 설립자, 재소자에게 맞아 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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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하

학교 돈 9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6)씨가 같은 방 재소자에게 폭행 당해 중상을 입었다.

 23일 광주교도소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9일 오후 8시쯤 수감돼 있던 방에서 40대 후반 재소자에게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 당했다. 순찰 중이던 교도관들이 달려가 폭행을 제지하고 이씨를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이씨는 턱뼈와 갈비뼈가 골절됐고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 이씨는 “그동안 계속 지병 치료를 해온 병원으로 가기를 원한다”는 가족 희망에 따라 전남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현재는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의식을 잃지는 않았고 생명에도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씨는 광주교도소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중에 지병이 있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이 있는 ‘치료 거실’에서 다른 재소자 5명과 함께 지냈다. 교도소 측은 “이씨가 수감된 방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 당했다”고 밝혔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중범죄를 저지른 40대 후반의 미결수”라고만 했다. 가해자가 살인·강도 같은 죄를 저질렀다는 의미다. 또 “이씨와 가해 재소자 사이에 오랫동안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더운 날씨 속에 우발적으로 말다툼과 폭행이 벌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통상 교도소나 구치소에서는 수용자의 죄목·나이·성격·태도 등을 고려해 방을 배치한다. 하지만 경제사범인 이씨는 중범죄자인 가해자와 같은 방에 수감됐다. 광주교도소는 폭행 경위 등을 조사해 24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남대 남원·아산 캠퍼스와 고등학교 등 전국에 6개 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한 이씨는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학교 돈 100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3년 1심 재판부는 이 중 909억원 횡령을 인정,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또 이와 별도로 사학연금 2억4000여만원을 횡령해 징역 6월을, 횡령 등을 은폐하려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은 이 세 사건을 모두 합친 항소심 판결을 다음달 24일에 할 예정이다. 검찰은 세 사건을 합해 징역 25년에 벌금 237억원을 구형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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