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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사 탈루 혐의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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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세청은 칼라일.론스타 등 일부 외국계 펀드의 탈루 혐의를 포착하고 구체적인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15일 이례적으로 '조사 시기 및 방법 선택 배경'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하고 이들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국세청은 조사 착수 경위에 대해 "세원 정보자료에 의한 탈루 혐의 분석이 완료된 상태에서 더 이상 조사가 지연될 경우 조세채권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미 일부 펀드의 탈루 혐의가 드러났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조사 타이밍을 놓쳐 과세권을 상실할 경우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까지 붙였다. 국세청은 다른 외국계 투자자본이 보유한 펀드에 대해서도 펀드 소멸시한이 끝나기 전에 세무조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조사에 나섰나=국세청은 자료에서 "국내 펀드대행회사의 철수.폐업 등 증빙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는 데다 투자금 회수 뒤 펀드를 청산.해체할 경우엔 조세채권이 소멸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세청은 특히 "세무조사가 가능한 2004년분 투자소득 신고기한(3월 말) 이후로 시기를 잡은 것"이라며 "원활한 채증을 위해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조사 착수 직전 모두 해외 본사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투자차익 과세 논란=론스타는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이 조사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2001년 6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6200억원에 스타타워를 인수했다. 론스타는 올해 초 이 빌딩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9000억원 이상을 받고 되팔았지만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칼라일도 미국 씨티그룹에 한미은행을 넘기면서 투자차익 7000억원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외국과 맺은 이중과세방지협정 때문이다. 협정에서 주식 양도차익의 경우엔 이익을 거둔 해당 회사의 거주지 국가에서 과세하게 돼 있다.

따라서 법인세가 없는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본사를 둔 외국 회사가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칼라일), 부동산을 법인화해서 주식 매각방식으로 팔 경우(론스타)엔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같은 조세협정에도 불구하고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거래도 일정 조건에 부합되면 과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 기업이 서류상 조세피난처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국내라면 국내법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려 섞인 해외 반응=파이낸셜 타임스(FT) 등 해외 언론들은 외국계 펀드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FT는 15일자에서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욕과 배치되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그동안 한국 내부에서 외국계 펀드에 지나치게 관대한 정부 태도를 비난해 왔다"고 전했다.

김창규.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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