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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1인자 황병서, 대남업무 1인자 김양건, 대이은 '내리 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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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황병서-김양건' 조합은 꽤 무게가 나가는 북한의 라인이다. 둘 모두 지난해 10월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전격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대남특사 3인 가운데 나머지 한 명이 최용해 노동당 비서다.

황병서는 김정은 체제의 최고 실세다.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가 막내 김정은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막후에서 작업할 때부터 앞장 서서 지원했다고 한다. 그의 직함 중 하나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는 그가 지닌 권력의 크기를 보여준다. 이 자리를 꿰찬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과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그리고 황병서 세명 뿐이다.

황병서의 경쟁자는 최용해 노동당 비서다. 김일성 주석과 함께 활동했던 최현의 아들로, 뿌리부터 신임을 타고났다. 반면 황병서는 발로 뛰어 신임을 얻었다.

하지만 둘 중 황병서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이 더 두터워진 계기가 2013년 12월 장성택의 숙청ㆍ처형 국면에서였다. 이후 황병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횟수에서 1위를 달렸다. 그러면서도 황병서는 김 위원장에게 항상 조심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6월엔 북한군 훈련일꾼대회 후 기념촬영장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다가 자신이 한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바로 세 걸음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및 당 비서는 한마디로 북한대남업무의 A부터 Z까지 꿰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김정일의 신임을 얻어 2007년 3월, 남측 통일부장관에 해당하는 통일전선부장 자리에 오른 뒤 같은 해 10월 고(故)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회담에 배석한 유일한 북측 인물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시절에도 북측을 대표했다. 2009년 임태희 당시 노동부장관을 싱가포르에서 비밀리에 만난 적도 있다. 당시 쌀ㆍ비료 등을 요구하며 “합의문 없이 돌아가면 나는 죽는다”고 사정한 적도 있다. 김양건의 부인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를 도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고 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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