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본부장 직급만 차관급 격상 … “복지부 이기주의” 비난 쏟아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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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 14면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방역체계 개편의 밑그림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공청회를 열고 이를 공개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과 조직 개편안을 기대했던 전문가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방역 컨트롤타워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였다. 그간 보건부 독립이나 복수 차관제, 질병관리본부 청(廳) 승격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복지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개편안을 작성한 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시켜 실질적으로 예산권과 인사권을 주는 편이 방역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 산하로 그대로 두되, 본부장 자리만 실장(1급)에서 차관으로 급을 올리자는 주장이다.

복지부도 맞장구를 쳤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죄(방역 실패) 지은 사람이 보건부 독립이나 질병관리청 승격을 얘기 못한다. 질본을 차관급 기관(현재는 1급)으로 격상하면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직 축소를 꺼리는 복지부의 이기주의를 드러낸 발언이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즉각 표출됐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감염내과) 교수는 “본부장 1명이 차관으로 바뀐다고 조직이 바뀌겠느냐”며 “조직이 독자적으로 역량을 키워 복지부와 협의하는 것과 상하 관계에 있으면서 협의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교수는 “공청회에 가봤더니 친(親)정부 인사를 섭외해 ‘질병관리본부를 분리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잔뜩 늘어놓고 복지부가 이를 수용하는 이상한 연극이 펼쳐졌다”고 비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는 “질병본부장이 차관급인지 아닌지는 개편의 본질이 아니다”며 “독자적으로 인사·예산권을 갖고 독립성과 전문성이 있는 조직으로 만들라는 국민적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정부안대로라면 또다시 컨트롤타워가 둘로 나뉘어서 다른 부처와의 업무 조율이 잘 안 되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며 “오히려 권한을 두 개로 쪼개 놓고 인사·예산권 보장의 범위가 모호해져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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