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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글판’ 글귀가 벌써 스물다섯 청년 됐군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정태수(경기도 성남)씨는 2011년 겨울 군 복무중 아버지에게 편지를 받았다. “서울 광화문에서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교보생명 빌딩에 걸린 글귀였다.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정호승)’”라고 적혀 있었다. 정씨는 힘들거나 외로울 때마다 시구를 되새겼다. 그는 2013년 여름 제대 직후 광화문을 찾았다. 그곳엔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파블로 네루다)’라는 글귀가 걸렸다. 정씨는 “이 글을 보고 나처럼 극복하는 힘, 이겨내는 힘을 얻은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5년간 잔잔한 울림을 전해온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이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25주년을 맞아 글귀와 관련 이야기를 엮은 기념집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19일 발간했다.

 박치수 교보생명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상무는 “광화문글판의 가치를 기존의 공간을 뛰어넘어 공유하고자 책으로 펴냈다”며 “고객과 소통하고 시민에게 큰 위로를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 신용호(1917~2003)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1년에 네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었다.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공감을 얻었다. 그동안 광화문글판을 수놓은 문구는 모두 73편이다. 기념집에는 희망·사랑·꿈·위로·응원 등 테마로 나눠 실렸다. 인용된 글귀와 함께 전체 원문을 읽을 수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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