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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폭파 현장서 치명적 독가스 검출…"소량만 마셔도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톈진(天津)항 폭발사고 현장에서 치명적인 독성가스가 검출됐다고 중국중앙(CC)TV가 18일 보도했다. 가스가 검출된 지점은 사고 현장에서 500m쯤 떨어져 있다.

방송은 "베이징 소방총대가 사고 닷새째인 16일 현장 조사에서 측정 가능한 최고치 수준의 유독성 기체를 검측했다"고 전했다. 이날 톈진 지역에 내린 비로 시안화나트륨 등 독성 물질이 기화되면서 가스가 검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안화나트륨은 물과 만나면 독가스 성분인 시안화수소가 생성된다.

먼바오(門寶) 베이징화공대학 교수는 "시안화나트륨은 독성이 강해 흡입하면 몇 ㎎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발지점 반경 100m 이내에서도 시안화나트륨 외에 신경성 독가스가 검출됐다. 다양한 위험 화학품이 폭발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유독성 기체를 방출한 것으로 보인다" 밝혔다. 앞서 뉴웨광(牛躍光) 공안부 소방국 부국장은 17일 "폭발 사고 현장에 시안화나트륨 등 독성이 있는 위험 화학물질 3000t 정도가 있다"고 밝혔다. 환경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 후 2주간은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조언했다.

이번 사고가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의 석유방(석유업계에 근무했던 정치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저우는 6월 부패 등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18일 "양둥량(楊棟梁) 국가안전생산감독관리총국 국장이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양 국장은 2012년 7월 안전총국장으로 부임한 후 항구 내에서 위험 화학품 취급 허가증 없이도 관련 물품 창고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위험화학품 경영허가증 관리방법'을 비준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양 국장에 대한 조사는 중국 석유방을 이끌었던 저우 전 상무위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양 국장은 화베이(華北)석유 등 석유업계에서만 22년간 근무한 저우의 측근이다. 그는 석유업계는 물론 톈진(天津)시에서도 18년간 근무하며 저우를 도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8일 이번 사고로 보험회사들의 손실이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가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언론이 추산한 보험사손실액 20억 위안(3687억원)의 5배에 달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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