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실세 원동연,『 대통령의 시간』때문에 숙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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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담당 실세인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의 숙청설이 19일 제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 대통령의 시간』에서 집권 2년차인 2009년 당시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 사전비밀 접촉 내용을 공개한 뒤, 해당 접촉의 북측 대표로 나온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원 부부장은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 부장은 이후 업무에 복귀하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현지지도 수행에도 얼굴을 비추고 있으나 원 부부장은 지난해 말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19일 “원 제1부부장의 신변 이상 여부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보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기가 적절하지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숙청설을 부인하진 않았다.

지난해 12월16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추모화환 전달을 위해 개성을 방문했을 때 원 부부장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 자격으로 이들을 맞이했으며, 그 이후 자취를 감췄다. 아태는 민간 대남업무를 총괄한다. 지난 5~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했을 당시에도 원 부부장 대신 맹경일 부부장이 아태 부위원장 자격으로 영접과 수행을 맡았다.

대화파로 분류되는 원 부부장은 대남 사업에서 30년 넘게 일을 한 인물로, 지난해 2월 남북 고위급 접촉 때도 북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이 전 대통령 회고록 출간 후 그는 모든 직책에서 쫓겨나 평양 인근 농장에서 ‘혁명화 교육’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숙청설까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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