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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문재인과 단일화 실패 책임은 안철수 측이 더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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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태섭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캠프’(진심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금태섭 변호사가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가 실패한 책임은 안철수 후보 측의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18일 공개한 자신의 저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다.

 그는 당시 안 후보 캠프 협상팀 일원으로 민주당 문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에 나섰다. 금 변호사는 “안 의원이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말해 단일화 협상을 시작했다”고 썼다. 안 후보의 최측근인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도 “안 후보와 문 후보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깊은 교감이 있다. 비공개로 만난 일도 여러 차례라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금 변호사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캠프)본부에선 아무런 지침이 없었다. ‘버티라’는 말만 있었을 뿐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논의하라는 사인이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측은 아예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도 않고 (문 후보 측이) 터무니없는 안을 내놓고 논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반박만 했다”고 적었다. 특히 “(캠프본부는) 여론조사가 ‘오염’됐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만 해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합의했던 2002년 여론조사 방식 그대로 하자고 했다면 양쪽 모두 반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며 “여론조사를 했다면 안 후보가 이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후보의 급작스러운 후보 사퇴에 대해선 “최악의 수”라고 평했다.

 금 변호사는 안철수캠프가 실패한 중요한 원인으로 ‘소통 부재’를 꼽았다. 소통 부재의 핵심 원인으론 ‘비선조직’을 들었다. 그가 지목한 비선은 박경철 원장이었다. 금 변호사는 “비밀리에 운영되는 모임에서 메시지의 방향을 결정하다 보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발표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결정의 상당 부분이 캠프가 아닌 비공식 모임에서 이뤄지고 있었다”고 했다. 안 후보의 사퇴 과정에서도 박 원장이 “이제 나의 목표는 내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조금이라도 상처가 적게 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을 흘리며 이루려던 일이 ‘친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사적인 이유에 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선의 근본 문제는 공적 영역의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들만 순수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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