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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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진기자] 여러분들은 수도권 도심에 위치한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 한 채를 단돈 2100만원에 매입할 수 있다면 믿겠는가. 아마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여기 분명한 실전 사례가 있다.

인천 구도심에 위치한 역세권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전용면적 59㎡으로 방 3개 짜리 나홀로 아파트였다. 감정가는 시세에도 현저히 못 미치는 9000만원. 5년 전의 분양가는 1억5000만원이었고 당시 시세는 1억3000만~1억4000만원 사이였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아파트임에도 대지권이 없는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매물이었다. 단지 대지권 등기만 없는 대지권미등기 매물이 아니라 아예 대지권 없음이 공지된 채 진행되는 물건이었다.

집합건물에 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원인 ‘대지권’이 없다면 토지주는 지상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 것이고 결국 건물 낙찰자가 철거를 피하려면 대지지분을 토지주로부터 사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감정가의 17%까지 떨어져

게다가 건물의 신축에 관여한 공사업자가 공사대금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거액의 유치권을 신고해 두고 해당 호수에 거주하며 점유하고 있었다. 유치권 신고금액은 지연이자 포함 1억5000여만 원. 이 유치권이 진정하다면 낙찰자가 그 금액을 전액 떠안아야한다.

대지권을 포함한 시세보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금액이 더 크니 상식적으로는 경매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이었다. 더구나 해당 아파트의 전소유자가 위 유치권이 허위라는 전제하에 명도소송을 진행했으나 유치권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이 확정된 물건이었다.

특수물건 중에서도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철옹성같은 물건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물건은 무려 5번이나 유찰되었고 최저가는 1512만6000원. 감정가 대비 17%까지 떨어져 있었다.

이 물건을 필자의 제자들이 유치권자의 측근 혹은 사건의 관계자로 추정되는 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2189만7000원에 낙찰 받았다. 물론 사전에 필자가 철저히 법리검토를 하여 충분히 승산 있다는 판단을 해준 뒤였다.

잔금납부 후 곧바로 유치권자를 상대로 건물을 인도하라는 명도소송을, 토지소유자를 상대로는 토지지분을 무상으로 이전하라는 토지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병합하여 진행하였다.

당시 유치권자가 버젓이 확정판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건명세서에 대지권이 없다고 분명히 공지된 물건에 섣부른 공명심으로 무익한 소송을 제기한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필자가 구축해 놓은 논지대로의 승소가능성을 확신했고 제자들도 이를 믿어주었기에 우리는 용기있게 도전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1심에서 우리는 완패했다.

우리가 승소하게 되면 터무니없는 부당한 이득을 취하게 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재판부는 서로 양보하여 원만히 합의하라는 취지의 조정절차를 몇 번이고 진행하더니 결국은 유치권은 진정하니 유치권자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서는 명도가 불가하고, 대지지분은 시세대로 매입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던 것이다.

항소심에서 승소

그러나 유치권자에게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헛점이 많았고 집합건물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대지지분은 전유부분의 소유자에게 무상으로 이전해 줘야하는 것이 틀림없는 법리임을 확신한 필자는 항소심에 임했고 그 결과 최근에 전부 승소의 놀라운 판결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유치권자는 조건 없이 건물을 명도함과 아울러 그동안 남의 아파트를 부당하게 사용, 수익하였으니 지금까지의 임료 전액 및 그에 대한 이자까지 지급하라는 것. 그리고 토지소유자는 무상으로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이었다.

그동안의 밀린 임료 및 이자만해도 낙찰금액을 상회하여 결국은 임료로 투하원금을 전액 회수하고도 59㎡짜리 번듯한 아파트 한 채가 거저 생긴 셈이었다. 피고들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두달여 만에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소송을 하는 중에 8000만원이던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1억원으로 상승했다. 전세만 놓아도 5배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제자들은 일단 전세를 놓아 양도소득세 부담없이 투하원금의 몇배의 수익을 거두어 들인 뒤 경기 상승세를 지켜보다가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여 추가적인 수익을 올리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갖고 있다.

특수물건 경매.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해 특수물건에 포함된 리스크만 통제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부동산 상승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투자처임은 분명하겠다.

절실함에 기반을 둔 열정과 인내, 그리고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경매를 통해 돈에 구애 받지않는 자주적인 삶, 즉 경제적 자유와 행복한 부자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러니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오늘도 무더위를 이겨내며 경매공부의 삼매에 빠져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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