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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시진핑·푸틴 천안문 위에 서게 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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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다음달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펼쳐질 ‘항일전쟁 승리 및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949년 10월 1일 이후 2009년까지 총 14차례 열린 중국의 천안문 열병식은 고도의 ‘권력 코드’가 담긴 정치 행사다.

중국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개설된 SNS매체 ‘학습소조’는 최근 역대 국경절 열병식을 보도한 인민일보 1면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지면은 2009년 10월 2일자 인민일보 1면이다. 2009년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을 보도한 지면 상단 중앙에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모습이 같은 크기의 사진으로 실었다.

1999년 열병식 당시 왼쪽 상단을 차지했던 국가 주석이 훙치(紅旗) 차량에 올라 사열하는 사진은 왼쪽 아래로 밀렸다. 당시 인민일보 1면은 장쩌민 주석의 여전한 권력을 과시한 편집이었다. 2009년은 후진타오 주석이 2002년 당 총서기에 오른 지 7년, 2004년 군사위 주석을 넘겨받은 지 5년이 지났지만 장쩌민 주석의 권력이 후 주석과 대등함을 잘 보여줬다.

화궈펑(華國鋒)과의 수년간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덩샤오핑(鄧小平)은 1984년 국경절 열병식을 통해 1인자에 올랐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하지만 마오쩌둥(毛澤東)은 달랐다.

1949년부터 59년까지는 해마다 10월 1일 열린 열병식에서 마오쩌둥은 군대의 사열을 받지 않았다. 군통수권이 마오쩌둥에게 있지 않아서다. 대신 49년부터 53년까지는 주더(朱德), 54년부터 58년까지는 펑더화이(彭德懷), 59년은 린뱌오(林彪)가 차량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중국공산당 만세, 인민해방군 만세, 마오주석 만세"를 외치며 사열받았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군통수권을 넘어선 마오쩌둥의 ‘황제’ 권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학습시보’는 올해 열병식에서 펼쳐질 네 가지 사상 첫 이벤트를 꼽았다. 첫째, 항일전쟁 및 반파시즘 전쟁 승리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열병식이라는 점, 둘째 팔로군·신사군·동북항일연합군·화남유격대 등 영웅모범 부대 참가, 셋째 장군 대대 참가, 넷째 외국 군대 참가를 거론했다.

외국 정상이 사열을 참관한 것은 세 번째다. 1954년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에 소련 공산당 니키타 세르게예비치 흐루쇼프가 마오쩌둥의 왼편에,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이던 김일성이 마오 오른편에서 열병식을 참관했다. 59년 10주년 열병식에는 손님이 한 명 더 늘었다. 베트남의 호치민이 참석해 54년 김일성이 섰던 마오 오른쪽 자리를 차지했다. 김일성은 저우언라이 옆 자리로 서열이 밀렸다.

오는 승전 70주년 열병식의 초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 전 주석의 의전 서열이다. 장쩌민 주석은 18차 당대회 이후 현직 정치국 상무위원 뒤로 서열이 밀렸다. 54년과 59년 관례를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장쩌민·후진타오 보다 서열이 앞서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식에는 참석하되 열병식 참관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의 집단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사이에 박근혜·시진핑·푸틴 세 정상이 서 있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면 국제질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사진 설명>
중국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개설된 SNS매체 ‘학습소조’는 최근 역대 국경절 열병식을 보도한 인민일보 1면을 공개했다. 사진은 순서대로 1949, 1950,1952,1953,1954,1955,1956,1957,1958,1959,1984,1999,2009년도 지면

[사진 중국 웨이신 '학습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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